brunch

자기 정화를 하는 이유

by 릴랴

우주적인 관점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광활하고 초월적인, 어떤 영적인 총집합체 같은 것에서부터, 그 기운을 우리가 사는 물질계로 끌어온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확언이나 시크릿 책에 나오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이거와 비슷한 맥락일 것 같다. 좋은 생각을 자주 하면 좋은 걸 끌어오고,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면 부정적인 것을 끌어온다고들 하지만, 그런 마냥 일차원적으로 단순한 것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가장 나다운 것을 끌어당기면 우주적인 관점에서 그것을 원한다고 판단하고 아낌없이 그것과 가장 파장이 맞닿아있는 걸 내려주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정진하고 자신을 갈고닦고, 정순하고 깨끗한 상태로 수시로 정화해 주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는 그 말들이 그런 것이라 보고 있다. 흐리고 탁한 것을 끌어당기는 게 아닌 맑고 깨끗한 기운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곧바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운동 같은 것들 말이다.



마찬가지로 명상과 기도도 거의 같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하게 느꼈다. 사실 기도도 무언가를 빌어서 반드시 이뤄져야 된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으로 몰입함으로써 신적인 어떤 존재나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상위 자아와 소통하기 위한 창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 또한 가만히 자신의 호흡에 집중을 하고, 일련의 반복적인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서 가만히 자기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그것들과 소통하면서 좋은 기운을 끌어당기고 나쁜 기운은 내보낸다. 그런 식으로 자신을 정화시켜서 조금 더 해답에 가까운 메시지와 영감을 받고 그런 우주와의 소통을 깔끔하고 깨끗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일련의 작업 같기도 했다. 이런 일들을 반복하다 보면 가끔 평소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을 문제가 생기자마자 방안을 떠올리게 된다든가 일상 중에 더 자주 아이디어나 영감을 받고 직관력이 올라간다든지 평소 모호했던 것들이 점점 명확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요즘 들어는 점점 더 그런 과정들이 착착 최적화되는 기분마저 들고 있다. 꼭 그런 게 아니어도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자신의 있었는지도 모를 수많은 생각의 총망라 속에 뒤덮이다가 이내 곧 생각들이 정리가 차곡차곡되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는 자신을 정화하는 느낌으로 정화작업을 해보는 것도 좋았다. 꼭 믿는 신적인 존재가 없거나 우주의 근원적인 힘을 믿는 게 아니라도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느낌으로 해봐도 괜찮았다. 자신 안에도 수많은 성격, 자아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공평하고 올바르고 똑똑한 자기 자신이 내 안에 존재하고 있고 그걸 불러낸다고 생각하면서 해봐도 무척 재미있다.



사실 신이 실제로 있는가, 우주가 실제로 있는가 하는 건 나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어지간한 전설적인 존재들은 다 믿고 있는 편이지만, 그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라서 어떻게 보면 정말 어이없을 정도의 이유이기도 했다.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있다고 생각하는 게 훨씬 재밌으니까. 그게 이유였다. 또한 이야기를 창작할 때도 신적인 존재가 정말 있다고 믿는 상태에서 쓰는 편이 훨씬 재미있었다. 나머지 다른 이유로 우주적인 기운이나 힘을 끌어당긴다는 걸 믿고 있는 건 그걸 믿는 쪽이 나한테 이득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돌보고 정화하고 바르게 산다는 것과 긍정적인 생각을 노력해서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 그로 인해 좋은 기운들이 나를 향해 쏟아져내려오고 있고 나는 우주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믿음은 안 믿어도 잃을 건 없겠지만, 믿는다면 그게 진짜가 아니어도 조금 더 긍정적이고 발전 가능한 방향으로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고, 만약 진짜라면 더욱 얻어가는 게 많아질 테니 여러모로 믿는 쪽이 이득이었다. 행하는 게 어떠한 이유로든 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