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고정관념이 하나 사라졌다. 핸드폰 카메라로 하늘의 별이 찍히려면 그 별은 얼마나 밝아야 할까. 되짚어보면 오랜 옛날의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시점에서 핸드폰 카메라로 별을 찍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여러 번 시도해 봤었다. 그렇지만 별도 달도 찍히지 않아서 결국 그건 포기했었다. 그 포기할 때 느꼈던 기억의 감정이 하나의 고정관념으로 내 안에 남아 하나의 결론으로 남아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핸드폰 카메라로는 별이 찍히지 않는다고. 시간이 흘러 오늘이 되어 저 밝은 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은 사실 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안 찍힌다고 생각했으니까. 우연히 밤하늘을 찍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정말 우연하게도 하늘을 찍던 내가 잘못 방향이 어긋나 별을 함께 찍었다. 원래 찍으려던 게 아니어서 이게 뭐야, 하면서 찍힌 사진을 넘겨보던 나는 멈칫했다. 투덜거림도 같이 멈췄다. 핸드폰 카메라여도 별은 찍힌다.
우연이 두 번 중첩되고, 그게 내 실수와 맞아떨어져서, 지금 이 시간대의 핸드폰 카메라의 해상도와 화질이 이전보다 좋아졌기 때문에, 오늘 본 저 별이 눈으로 보더라도 유난히 밝았기 때문에. 그 모든 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찍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 별을 사진 속에 담게 되었다. 흐려지고 낡아빠진 바랬는지도 잊어버리고 나 자신이 조용히 포기하면서 현실적인 한계에 체념해 버렸던 오래되고 낡은 그런 보잘것없었던 바람이었다. 곧 조용히 각을 잡고 별을 이쁘게 사진에 담기 위해 찰칵찰칵찰칵 찍었다. 최대한 멋지게 보이도록 보정도 넣었다. 이게 내 오래된 바람에 대한 내 최선이었다. 별의 빛이 너무도 밝아서 제일 밝은 별이 되어도 핸드폰 카메라로는 별이 너무 작아서 절대로 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흘러도 그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정말 찍으려고 한다면 제대로 갖춘 카메라로나 찍을 수 있는 거라고 결론을 내리고 그대로 마침표를 찍었던 기억이 있다. 그건 내 경험이었고 좌절이었고 절망이었고 체념이 되어 고정적인 관념이 되었던 내가 고정해서 단정 지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더 이상 바뀌지 않았을 어떤 생각이었다. 오늘 그런 생각이 하나 바뀌었다. 정말 예기치 않은 일이었다. 너무도 쉽게 고정관념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 별은 핸드폰 카메라에 찍힌다. 그건 우연이었다. 정말 우연이었을까. 나를 위해 펼쳐놓은 어떤 설계로 인한 이끌림이었을까. 거대하고 알 수 없는 우주의 계획이 뭔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인간 또한 하나의 소우주라는데 알 길이 없다.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광활하고 아득한 우주 아래에 나라는 작은 인간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오늘은 이게 선물로 느껴졌으니 그저 이에 웃으며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