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가라앉고 있었구나

by 릴랴




언제부턴가 그랬다. 내가 먼저 해보고 어떤지 알아보고, 그게 안전한지 어떤 건지 확인한 후에, 이건 안전하다고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나는 알려주는 사람이 줄곧 없었거든. 매체에서 한창 떠들었던 동정 따위 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때면, ……그걸 보고 복에 겨운 소리나 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솔직한 마음은 누가, 제발 나를 동정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런 얄팍하고 쉬운 감정이라 하더라도, 나를 위한 감정이라면 그걸 주는 거라면, 받고 싶었을 때가 참 많았는데, 삶은 지난하게 이어져도 여전히 알려주는 사람은 계속 없었지. 어쩌면 간간이, 잠깐 그런 사람이 있었는데 없었다고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헤매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답이 없고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지는 알아. 저 사람이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나는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주길 바랬고, 허우적대고 있으면 건져내 줬으면 좋겠다고 마음속 깊이 간절했어. 그래서 나라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 같아.



이제서 열심히 만신창이가 돼서라도 간신히 빠져나오고 있지만, 나오고 있는 중이지만 그 와중에도 잠깐 뒤를 돌아보면 수렁이 정말 깊더라. 나도, 저기 빠져 죽을 수도 있었어. 아직도 거기서 겨우 나오고 있는 중이지만 말이야. 그런데,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잠겼다가 올라왔다가 하고 있는,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보이더라고.


저 사람들이 죽게 되더라도 나는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맞아. 같이 가라앉고 싶은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나는 저 사람들을 건져내 줄 여력이 없어. 나가서 건져줄 밧줄이라도 찾아서 튼튼한 나무에 묶은 후에 그 줄을 던져주는 게 맞다는 걸, 나도 알아. ……그런데, 마음은 지금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의 손을 끌고 같이 나오고 싶었어. 하지만 저렇게 버둥거리는 손을 잡아줬다간, 꼼짝없이 끌려가버리겠지. 뭐, 같이 죽어줄 순 있겠네.


잠시 발을 멈춘 순간에는 내 발도 다시 그 깊은 수렁 속에 천천히 잠겨가고 있어서, 내 발을 보다가, 사람들을 보다가 가라앉는 내 다리를 다시 보고,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등을 돌렸다.




"……미안해. 조금만 버텨줘.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줘. 곧 다시 올게. 그러니까…. 미안해… 미안해……."




이를 악물고 앞에 있는 진흙바닥을 손톱으로 긁어가면서 필사적으로 그곳을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이 진흙 밑에는 사람들이 가라앉고 있다.



'이건 아니야. 이게 맞아? 정말 그래? 어쩌면 지금 같이 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충분히 잡아줄 수 있을지도 몰라. 안 끌려갈 수도 있잖아.' 감정이, 생각이 마구 엉킨 채로 소리를 친다. 머릿속에서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이 마구 섞이면서 두통이 일고 있다. …가야 했다. 죄책감이 가득하지만 이기적인 건 알지만, 같이 죽을 순 없었다. 그게, 내 마음이 원하지 않는 거라 할지라도. 내 마음이 죽어버린다 해도 여기서 끌려갈 순 없었다.




"아."




이제야 왜 건져주는 사람이 없었는지 알겠다. ……모두가, 우리 모두가 가라앉고 있었구나. 그래서 없었던 거였어. 통렬한 깨달음이 닥쳐왔지만, 그와 동시에 정말 미친 사람처럼 울면서, 웃으면서 생각했다. 보이진 않지만 지금 몇몇은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는 중이긴 하겠지만, 모두가 나처럼 건져낼 여력 같은 건 없었겠구나.

가라앉지 않은 채 여기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만이 최선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