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작 이런 거밖에 못해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쪽을 주목해 보자. 같은 뜻이다. 같은 뜻이었다. 아주 작은 일의 진행 수순을 밟는 것에 지나지 않더라도,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비록 그게 아주 작은 틈을 메꾸는 역할에 불과하더라도 그 틈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 무너져내리는 게 세상에는 많이 있었다. 부실공사한 건물은 언젠가 반드시 무너지는 게 결말이고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잘 챙기지 못한 사람은 쓰러지고 마는 게 곧 다가올 결과이듯이 사소하고 작은 일들이 눈에 잘 띄지 않고 가끔은 없는 것처럼 느껴져도 분명히 있었고 항상 중요했다. 그것들이 버텨주고 있었기 때문에 서있었다. 바닥이 있고 땅이 있고 본질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게 되는 것처럼. 항상 없는 듯이 있어줬고 견뎌줬기에 서있을 수 있었다. 내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이 존재할 수 있었다. 다른 잘하는 사람들이 그 재능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내가 못해서 특출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결코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들이 잘하는 거다. 잘한다는 말은 항상 무엇 보다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성립되는 말이었다. 결코 작은 역할이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나도 내 나름대로 빛날 생각이다. 만약 내가 정말 잘할 수 없다면 내가 존재하는 것으로 당신들을 누구보다 빛나게 만들어주겠다고 말하겠다. 비록 내가 나를 빛나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너를 빛나게 해줄 수는 있다고 정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