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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하다는 건 계속 앞으로 뭔가가 있다는 거

by 릴랴

완벽하지 않다는 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얘기고

결핍이 있다는 건 아직 더 채울 수 있다는 의미였고

이런 걸 어떻게 잊고 살았을까 하는 순간에도

망각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시 알아도 처음 듣는 것처럼 느끼고

새로운 걸 안 것마냥 기쁘고 감동받을 수 있는 거구나.

이 모든 게 채워져 있었다면 과연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평했을까.

평생 우리는 채워지지 않고서 다른 새로운 걸 찾아 나설 수 있었고

그거는 그거대로 끝나지 않을 터.

하나의 틈도 없이 완벽하다는 건 그 말 그대로 끝난다는 의미다.

더 이상 아무것도 기쁘지 않고 특별하지 않고 환희하지 않으며

그 이상 나아질 수 없다는 얘기고

다른 결괏값이 있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은 실로 완벽하지 아니한가.

새로운 결과와 다른 답이 항상 존재한다. 나는 계속 나아지거나 곤두박질치거나 왔다 갔다 하겠지만

대부분의 모든 것이 상승곡선일 수 없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한다.

뭔가를 배우고 시일이 지난 후에도 잘 됐다가 안됐다가 한다.

그것은 내가 뭔가를 특별히 못해서도 특별히 잘해서도 아니고 그냥 왔다 갔다 했다.

누구나가 가고 있는 인생의 길이 쭉 그랬듯 당연한 현상인 것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변수를 포함한 잘 됐거나 안됐거나 하는 모든 데이터값을 가진 채로 무언가를 확신하거나 혹은 더 나아지게 될 테다.

전지전능하고 초월적인 무언가가 우리를 만들어냈다면 그는 그가 가지지 못한 유일한 것을 우리에게 주었다.

완벽한 그가 아무리 가지고 싶어도 갖지 못할 단 하나의 무언가였다.

빠져들게 하는 개성과 매력도 사실 그 언저리에 있지 않을까 한다.

불완전한 건 지금 이거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주 못하게도 될 수 있었다. 그 부분이 완벽하고 완전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아직도 기뻐하고 슬퍼할 수 있는 게 남아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아직도 무언가가 내 마음속을 진동시키며 뭔가를 남기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도 뭔가를 아쉬워하고 후회하고 감동받으면서 새로운 걸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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