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게 돼서 목적지를 향해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다가 문득 고개를 올려 앞을 봤더니 여기 꿈과 희망이 있습니다, 간판 가운데에 적혀있는 걸 봤다. 눈을 떼지 못하고 방금 했던 생각을 떠올렸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나는 다음 선택을 하게 될 거다. 아무리 사소하고 그럴듯한 게 아니더라도 누구나 항상 도전과 선택의 연속이구나. 모두 열심히 살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힘이 들어 못한 걸 귀찮아서 그런다고 게을러서 못한 거라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고 싶었는데 나보다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고 아무리 해도 잘 안 돼서 낙오되고 도태됐다고 주눅 들고 쪼그라드니까 스트레스받아서 할 힘이 도무지 생기지 않는 거야. 사람이 너무 우울하고 불안해서 마음이 아프면 힘이 빠지는 걸 알았다. 그럴 땐 사실 숨을 쉬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너무 힘이 든다는 걸 수많은 불면증의 날들이 말을 걸어줬다. 본인이 지금 힘이 든다는 것과 아무리 남들이 뭐라 덧붙여도 보잘것없거나 사소하지 않다거나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제일 먼저 알아줘야 한다. 그런 건 사실이 아니잖아...? 사실이냐 아니냐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지금 정말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는 것만으로 뭔가를 해볼 마음이 생기는 거니까. 비록 만약에 사실이 아니라도 내가 나를 인정해 주니까 다시 어설프고 희미하게 웃으며 정말 그렇게 살고 싶어지는 거라고. 그리고 마침내 회복이 다 되면 나와 다름없던 사람들에게도 말해주자. 너 지금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오늘 하루도 산다고 수고했다고. 이제 그 말을 진심으로 말할 수 있게 됐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