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될 수 없다면 아무거나라도 돼보자. 확실한 무엇이 되려고 원하는 건 본인이 불확실한 존재였다는 걸 가장 잘 알기 때문이겠지. 저렇게 될 수가 없어. 똑같이는 될 수 없다는 말이야. 보이는 대로 닮아가고 싶어질 거란 건 안다. 완벽해 보이고 멋있는 저 원본과 같아지고 싶다. 완벽하게 따라 하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그의 생각과 감정, 표현하려던 느낌은 나지 않겠지. 그럴듯한 복제품과 애매하고 어설프기까지 하지만 진짜 내 감정이 담겨있는 것 중에서 고른다면 그럴듯한 걸 선택하고 싶어진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 진짜 잘한다고 말하고 넘길 수 있지만 정말은 마음을 사로잡거나 잡아끌지는 못할 거란 걸 안다. 어쩌면 본인조차도 다시 그걸 보기 위해 찾아오지 않을 거야. 가짜라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고 애초에 그건 내가 아니다. 겉만 보고 따라 한 완벽해 보일 뿐인 껍데기. 그걸 내보여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텅 비어서 아무리 해도 만족하지 못하게 될 거야. 어중간하고 애매한 게 겁이 나지만 나는 내가 되어야 하고 내 안의 뭔가를 거기에 담아야 했다. 내가 만들 수 있는 만큼만을 만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