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던 건 이미 글자가 프린팅된 종이에 적어 넣는 글자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으로. 지워지지 않는 펜 자국이 아닌 지우개로 슥슥 지울 수 있는 샤프로 줄을 그었던 건 그렇게 책에 그어진 삐뚤고 엉성했던 선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에. 지워지는 글자를 책을 읽으면서 빈 공간을 채워갔던 건 잘 쓰지 못했던 내 글자가, 지우개에 쉽게 지워지고 마는 불완전해 보이는 흔적들이 보기 좋게 보였기 때문에.
세세한 감정과 심리, 특히 슬픔과 비극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일상과 대화 속에서 든 생각과 느낀 영감을 나누고 음악을 들으면서 적어내는 글을 정리해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