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지할 수 있는 영역만 받을 수 있지

by 릴랴

이 중에 넌 하나를 잃게 될 거야. …힘들겠지만 네가 끊어내야 돼.






관계의 유효가 지나고 변질이 됐지만 나에게 독이 되는 관계였을지도 몰랐지만 시간과 추억이 쌓인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제발 저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제발 이 사람도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 중에서 하나는 떠나야 될 거야. …마음의 준비를 하는 편이 좋겠지.






더 이상 이곳에선 내가 받아먹을 양식이 없고 아무것도 배울 수 있는 게 없는 허름한 곳이었지만 따뜻하고 안온했고 정든 보금자리나 마찬가지.






여기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저기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지 마. 내가 뜻을 잘못 받아들인 거겠지.






눈을 감고 모른척하고 아무것도 골라낼 수 없던 시간이 흐르자 마음은 힘들었지만 자연스럽게 끊어냈고 떠났고 그랬다.




왜 다 잃을 거라고 말해주지 않으셨어요? 왜요? 왜 그들 중 하나를 끊어낼 거라 했어요? 왜 처음부터 선택지에 있던 것들 전부가 사라질 거라고 말해주지 않았나요?






…처음부터 너는 지금 네가 생각하는 모든 걸 다 잃게 될 거야, 라고 말해주면 아무리 그게 진실이고 일어날 일이라고 해도 네가 얼마나 절망하겠어.






모래성이 무너지면 주저앉아버릴 마음에서 더 좋은 새 모래로 얼마든지 모래성 따위 쉽게 쌓을 수 있고 대수롭지 않게 스스로 손으로 흩어버려도 개의치 않을 때까지






네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 오길 기다렸단다.






하…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어.






그때는 모든 걸 들었다고 생각했고 전부 알았다고 생각했다. 노쇠해진 몸으로 흐릿한 시선으로 마지막이 될 물음을 던졌다.






왜 그러셨어요?






네가 처음 태어나던 순간에도 성장해가는 빛나는 순간에도 너는 모든 걸 잃게 될 거라 말했다면 네가 그 의미를 알 수 있었겠니? 제대로 된 뜻을 알지도 못한 채 그 말에 짓눌린 채로 괴롭고 두렵고 절망해서 번민하고 끝없이 헤매게 됐을 거야.






이제야 알겠다고 생각했던 그때조차도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게 거기까지였나 보군요. 이번에도 그렇죠?






마지막 말을 끝으로 온기가 식어가자 그곳에선 적막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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