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글을 쓰지 못했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스쳐 지나가던 많은 말이 전부 튕겨져서 흩어지고 말들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을까.
펑펑 울면서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한껏 꼬질꼬질해져서는 울먹이면서 말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 모습을 본 내 친한 지인, 가족, 가까운 사람들이 하는 애정 어린 비판, 그런 모습은 보이는 게 아니라는 말과 그런 말은 감춰야 한다는 말들을 상처받지 않고 흘러 넘길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날 위해 해주는 말들, 삶의 지혜, 어쩌면 가슴이 아파서 하는 말임을 알면서도 항상 괴롭고 아프고 미안했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마주해야 했기 때문에 운명이 있고 시간이 있다면 내가 받은 사랑이 있다면 그것들이 결국에는 내 등을 떠밀어줬던 거라고 믿는다.
다물렸던 입이 트였고 오랜만에 말을 잘한다는 말을 들어봤다. 쑥스럽고 만감이 교차했다. 말을 잘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별로 없으니까.
나는 내가 항상 용기 없다고 믿어왔다. 언젠가는 그러지 않은 적도 분명 있었겠지만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오래전일 터다.
그런 진심들을 감추고 말을 하지 말고 들키지 말라는 말들을 이전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들도 날 위해 말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말을 듣더라도 아무리 미안해도 하게 될 일은 결국 하게 되게 언젠가는 꼭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나며 벌어질 커다란 일은 반드시 벌어져야 하며 그게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말한다면 꼴사납게 되더라도 손을 잡아야 하지. 단지 내가 너무 많이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기다려줬던 것 같으니까. 그렇다고 상처받지 않는 것도 아니고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니건만 괜찮다고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다 끝나고 표정관리하고 상황을 정리할 정신은 잡을 수 있게. 그런 척이라도 할 수 있게 그때까지 기다려준 거였다. 이 모든 게 끝나면 척이 아니라 정말로 괜찮아지기만을 바라면서.
하지만 운명이 말했네.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억눌리고 뒤틀려서 일그러졌을지언정 너는 말을 해야 한다고 울고 토하고 세상을 저주하는 말들과 자신을 비웃고 자조 섞인 말들이 뒤섞여 혼돈에 일그러진 나를 보더라도 그게 나인지 뭐였는지 그 본질과 그 말들에 꽁꽁 쌓인 진심이 뭐였는지 살펴보라고. 그래야 너는 너를 사랑하며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상처를 꺼내서 살펴보고 그 마음을 혐오하는 시선이 아니라 태초에 어루만지지 못한 말과 마음으로 진실을 바라보고 어루만져야 한다.
다른 건 모르겠어. 하지만 이것만은 지금의 너라면 분명할 수 있는 거라고. 그렇게 자신을 좋아하기 위해 애쓰고 연습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네가 받는 보상이고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라고 말해주는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