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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랴 Jan 25. 2023

이번 실패 이야기

|안 하기로 결정|


이번에는 나름대로 야심 차게 준비했던 실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여태 살아온 바로 했었던 행동 패턴에 대해 말하자면 뭔가를 하기로 마음먹고 나서 누군가에게 말하고 난 이후에 안 하게 되면 허언이 될까 봐, 말도 최대한 아꼈었고 몸을 최대한 사리면서 믿을 수 있는 사람 몇 명에게만 말하는 소극적인 태도로 취하고는 했었는데 그게 기본 디폴트 모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해보고 싶어서. 여러 군데에 공공연하게 소설을 쓸 거라고 떠들고 다녔다. ……내 기억에 따르면 이제 답답한 건 못 참겠다고 이 이상 참는 건 더 이상은 없다고까지 적기도 하고 말로도 했었다. 이렇게까지 하면 '쪽팔려서라도 하겠지.'라는 나름의 지극히 계산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내 심정을 보태서 여기에 코멘트를 적는다면,

……너는 나를 너무 얕봤다.


'그 말을 이런 식으로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이어서 쓰자면 오늘이 조아라 소설 사이트 공모전 마지막 날인데 안 쓰기로 마음먹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안 쓰는 거지만.



소설을 쓰려고 벼락치기하듯이 강의를 여러 개 찾아보고 작법 책도 읽고 관련 정보를 모으고 자료조사를 하면서 그리고 단편적인 이야기를 적는 연습을 하면서 내가 알아차린 건 내가 아직 장편소설을 쓰기에는 여러모로 너무 준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병맛 소설의 신 같은 아직도 생각나는 그 '투명 드래곤'을 쓸 거라면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아주 소득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그래도 실전에 뛰어들려고 준비했던 것과 그 마음가짐은 이전에 예사로 그냥저냥 하면서 '언젠가는 하겠지.'하면서 준비했던 것과는 아주 딴판인 것이어서 조금 더 어떤 식으로 준비하면 좋을지 필요한 게 무엇일지 더욱이 잘 알 수 있었다. 지금 안 것을 토대로 천천히 준비해 가면 좋을 것이다. 꼭 공모전이 아니어도 내가 적고 싶은 소설을 쓴다는 건 아직까지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글을 적으려 노력하고 싶은 거지. 지금의 내 눈에도 안 차서 마음에도 안 드는 글을 써서 내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글을 써낸다면 적어도 내 마음에는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적고 있으니까. 조금 더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피드백을 받은 대로 단편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써보고 묘사를 더 해보려고 노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 놀이하듯이 하면 더 많이 쓸 수 있을 거 같으니 이건 힘을 빼고 쓰도록 하면서 즐기도록 해봐야지.



성공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성공은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의 수단일 뿐이니까 그러니 나한테는 성공이 수단이듯이 실패 또한 수단이다.

실패를 차곡차곡 적립해서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것이 내 목적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더욱 나아질 생각이다.




|실패를 한다면 그건 실패했다는 경험을 한 것뿐이죠|


지난 4주간, 번뇌가 많았습니다. 답지 않게 지나치게 계획적이고 비슷하고 안정적인 조금 답답한 삶을 살았거든요. 그게 뭐냐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원래도 갑갑한 건 그닥이고, 계획하고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건실한 착실한 딱딱 맞춰가는 삶을 조금, 동경하긴 했어요.



사실 별거 없긴 하지만 간단한 챌린저스에서 진행하는 챌린지 몇 가지를 매일 하고 월요일에는 비축해놨던 걸 토대로 그로로에 글을 올리고, 수요일에는 마찬가지로 조금 끄적여놨던 브런치 글 고쳐 써서 올리고, 주 2일로 블로그 북리뷰를 2개 쓰고 매일 12시가 지나기 전에 명상 16분을 하고 잤었답니다. 쓰고 나니 많아 보이는 기분이 조금 드는데…… 기분 탓인가? 아무튼 하는 도중에 추가된 것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4주를 보내고 나니 결론이 나네요. 이렇게는 못 산다는걸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이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느낀 게 많아요. 누군가는 이 방법이 맞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는 아니라는 거. 하하. 제일 딜레마에 빠졌던 건 더 하고 싶은데 더 했다간 다음 주에 못할 수도 있고 규칙적으로 못 할 수도 있어서 억지로 스탑하고 일단 참았던 적이, 참 많았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그 갑갑함과 딱딱함이 글에 묻어나더라고요. 그리고 이걸 원하던 게 아니었다는 생각에 도달하면서 드디어, 그만두기로 했어요.






그런 식으로 일에 차질이 생길까 봐 브레이크 걸어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이렇게 참다가는 정말 해탈해서 허허허 웃으면서 성불해버리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했다가 "이거 아니구나. 도저히 안되겠다. 이런 건실한 삶! …나하고 안 맞다." 이러면서 조용히 내려놨네요.




그래도 이번 경험이 좋았던 건 이렇게 거하게 망하고 나니까 확실히 이건 아니었구나 싶고 해볼 만큼 해봐서 그런지 미련이 정말 하나도 안 남아서 다음 방향성이 확실해진다는 점이 유쾌하군요. 하하하. 그래서 이제 그냥 일일이 정하지 말고 적당히 하지 말고 하고 싶을 때 확 해보고 이걸 제일 걱정했던 거긴 한데 그 직후에 확 식으면 하고 싶어질 때까지 안 하면 되겠다는, 그런 경험을 이번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패하고 실패하고 계속 실패한다 해도 그건 계속 실패하는 경험을 한 거뿐이죠. 언젠가 그걸 토대로 성공을 하게 되는 날이 왔을 때는 계속 실패만 했던 경험을 했노라고. 거 별 거 아니었다고, 웃으면서 유쾌하게 말해볼 날을 기약해 봐요. 어린애들 놀이하듯 가볍게. 그때의 우리가, 틀렸는지 졌는지가 중요한 게 아닌 오로지 그래서 재밌었는지가 중요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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