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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랴 Jul 10. 2023

단호하게 거절하려면


자 따라 해보세요.


나는 못해요. 나는 할 수 없어요.


이러면 비난할 것 같죠?

그럼 한 번 더 말해요.


나는 못해요. 나는 할 수 없어요.

나 바빠요.

네가 바쁜 건 나도 알아요. 그런데, 나도 바빠요.



대충 이런 뜻의 말을 신경 써서 듣기 좋게 순화해서 말해도 되겠어요. 보통 이런 느낌으로 담담하게 말하면 의외로 사람들이 허를 찔린 듯이 주춤거리는 반응이 나올 때가 많았습니다. 단호하게 거절하는 방법은 당당하게 위에 말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거 같아요.




가끔은 그래요.


친구들이 만나자고 하고 바빠서 거절하고 싶지만 돈도 없을 때가 많지만 또 만나고 싶기도 하고 먼저 만나자고 말해준 게 고맙거나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서 어쩌지 하다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끌려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다는 걸 이해합니다.




거기에는 역시 마찬가지예요.



나도 정말 만나고 싶어요. 근데 지금 못 만나요.


왜?


지금 너무 정신없이 바빠요.


아니면, 지금 내가 돈이 없어요.



물론, 친구들에게 저 말을 했을 때는 당연하게도 반말이었고, 또한 순도 100프로의 진심이었어요. 그리고 아주 거리낄 것 없이 담담하게 날씨나 일상 얘기하는 어투로 이야기했습니다.




그 친구가 하나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요?



그렇다면 진심과 힘든 사정을 거리낌 없이 바로 얘기했음에도 이해나 배려가 없음에 우리 관계를 다시 재고해 봐야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조금 마음이 멀어지게 되겠죠.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보통은 이해해 주거나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이라도 하니까 그렇게 되면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은 선을 잘 찾아서 대안을 제시하면 될 거예요.



너무 쉽게 이야기한 감이 있지만 저도 이렇게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어지간한 부탁은 들어주는 편이었고, 거절 또한 못하고 순순히 들어주는 편이었습니다.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이건 정말 시간의 산물이었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니 터득해낸 거긴 했지만요. 신기한 일이지만 어렵게 생각하면 일이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더군요. 반대로 쉽게 생각하면 어려운 일도 쉬워질 때가 조금 간혹 있답니다. 우리 한번 솔직해져 보면 어떨까요? 불필요한 옷들을 너무 많이 껴입고 끙끙대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없으신가요? 불필요한 옷을 잔뜩 껴입고 있다는 걸 알아챈 순간이야말로 옷을 훌훌 벗어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해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를 납득시키기 위해 변명이든 설명이든 주워 삼기는 순간 오히려 물고 늘어진다든지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경험을 했어요.


간단명료하게 본론부터 감정 싹 빼고 이게 사실이니까 나는 사실만 전달한다는 태도로 말하는 순간 이게 허가 찔리는 건지 당황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오히려 이유까지 물어봐 주고 상세히 들어주려고 하는 경험도 했습니다.




이런 걸 봤을 때 역시 말이란 건 길게 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느꼈는지도 모르죠. 길게 말하는 순간 장황하게 말할 수도 있고, 헛소리를 할 수도 있고 치명적인 말실수를 할 가능성도 높아요.




그게 내가 진심이든 아니든 농담이든 간에 높은 확률로 상대는 오해할 가능성이 높고 어떤 식으로든 자신한테 좋은 결과가 오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길게 말해야 하는 경우가 꼭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대체로 후회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대비를 하자면 최대한 요점만 말하되, 조심조심 말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주눅 들지는 말고 최대한 덤덤하게 말하는 느낌으로 말하면 좋다고 봅니다. 사실 이게 계속 유념하고 있더라도 적절하게 조절한다는 게 잘 안되는 일이기도 해서 말을 줄이고 있는 조금 웃고 조금 슬픈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소통을 아예 안 하고 살 수는 없는 부분이니까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있는 거 같아요. 앞으로도 이 부분은 계속 지속적으로 연습해나가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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