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해나가는 게 맞는 사람이 있다면 띄엄띄엄하다가 한꺼번에 해내는 게 맞는 사람도 있었다. 매일 같은 걸 해나가는 사람은 성실하겠지만 여유롭게 하다가 끝자락에 가서 벼락치기를 하듯 한 번에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 반드시 틀린 것도 아니었다. 앞서 말한 사람들은 성실하고 차근차근 성장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그런 기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뒤에 이어 말한 사람들도 그저 여유롭게 쉬엄쉬엄하는 것을 좋아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어느 쪽이 낫다, 게으르다고 단편적으로 보고 판단 내릴 게 아닌 그저 성향의 차이와 방법적인 문제일 뿐이었다.
맞다, 틀리다로 정형화시키고 구분 짓는 것은 누군가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타인이 재단해서 자기의 취향에 맞게 조각하고 깎아내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것들은 사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본인이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고 스스로에게 뭐가 더 잘 맞는지 되짚어보고 결정할 일이었다. 다른 누가 결정하기에 앞서 제일 먼저 자신이 먼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으면 한다. 누구나 상황을 훑어보면서 내게 맞고 더 착 붙는 방법을 착용하고 평소에 바로 쓰게 될 방법을 정하면 되는 일이었다.
쉬고 있는 것이 누군가가 보기에는 노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뭔가를 더 해야 하고 놀면 안 된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정말 내가 그 시간들이 필요하다면 조금 쉬어주고 놀아주면서 쌓여있던 정보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았다. 소홀하게 대하기 쉽지만 꼭 필요한 시간으로 머리를 식혀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내야만 하고 누군가를 항상 제치고 앞서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꼭 다른 사람을 내가 이겨버려야 잘 살고 있다고 증명하는 행위인 것도 아니다. 그 모든 게 어쩌면 자기만족과 위로에 비롯된 감정임을 알아보면 좋겠다. 분명히 쉬어주고 잠시 가만히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점검해 보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 더 나은 살아있는 생각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고 뒤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도와주고 다독여줄 수 있는 시간은 내 영혼에 무언가를 남긴다. 그것들이 사람을 살아있게 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도닥여줄 수 있는 힘든 사람이 꼭 다른 사람인 것만은 아니다. 그 힘든 사람이 내가 계속 끊임없이 잘해야 한다며 닦달하고 이럴 시간이 없다고 그동안 외면해 오던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내가 두고 가는 게 다름 아닌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기 자신은 아닌지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잊어버린 것은 없는지, 놓고 간 게 ‘살아있다’는 감각 그 자체는 아닌지 그리고 정말 나는 이렇게 계속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나를 조각해도 되는 건 다름 아닌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