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어느 날 만나고 싶다고 전해와서 집 근처까지 찾아왔던 고마운 친구였다. 집에서 멀지 않은 지하철역에서 만나 다리 밑의 길을 따라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하고 있던 고민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다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건 그 당시에 가장 고민됐던 문제로, 잘 안 풀린다고 생각했던 고민들은 대체로 비슷했지만 그에 대한 답을 만족할 때까지 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확실히 이거다, 싶을 때까지는 왜,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어떤 식으로든 납득이 갈 때까지는 답을 구했다. 그때 했던 고민은 내가 하는 이야기와 전하고 싶은 내용이 항상 같거나 비슷한 이야기만 줄줄 늘어놓는 것 같다는 거였고 이번에도 듣는 사람만 바뀌었을 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누군가의 생각과 의견을 구했었다. 나름 색다른 이야기나 새로운 느낌을 받게 하고 싶어서 노력을 하는데 항상 하다 보면 비슷한 말을 하는 느낌을 받아서 그걸 보는 사람도 내심 지겹고 식상한데 나한테 말을 못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말하면서도 그냥 막막했다. 허공에 대고 헛발길질만 무척이나 하는 느낌이 들고 했으니까.
그 애가 이야기를 죽 듣더니 말했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거여도 전하는 방식이나 전하는 사람의 느낌이 다르다면 색다르게 느껴질 거고 우리가 같은 이야기나 비슷한 이야기여도 에세이를 사서 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그리고 글에 담긴 감정이나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넓게 보면 결국 같거나 비슷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들이 써놓은 이야기가 궁금해서 본다고 말이다. 그때의 나는 에세이를 잘 몰랐고 잘 읽지도 않았지만, 그렇다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면 내가 적는 이 글도 어쩌면 같은 얘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그 애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블로그에 글을 매일 적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었다. 막상 시도하기까지는 며칠이 걸렸지만, 계기가 되어준 것이다. 이 이야기 말고도 그날,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막상 마음속에 남은 건 이 내용과 이걸 들었을 때의 내 느낌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약간 어린 친구였고 이제 막 알아가던 시기였는데, 정말 몰랐던 걸 알게 해 줬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말을 듣기 전에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