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영상을 찾아보다가 한 영상에서 방송인 김종민 씨가 나한테 사기 친 사람들 잘 살길 항상 빌어. 진짜로, 라고 말하는 걸 보고 왜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뒤에 이어질 말을 기다렸는데 그래야 갚으니까, 라는 말에 웃음이 빵 터졌었다. 물론 안 갚을 가능성이 훨씬 많겠지만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 거였구나, 하면서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 회로를 돌릴 수 있다는 것에 한 번 놀랐고 진지하고 괴롭게만 풀어가는 게 아니라 유쾌하게 넘길 수도 있었다는 것도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문득 전에 친구였던 사람이 해줬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좋지 않은 인상을 가졌던 회사에서 퇴사한 후에 전 직장이 그래도 자기가 모르는 데서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길래 의아해서 왜 그런지 물었었다. 그때에 들었던 답은 퇴사 후에 잘 안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마음이 안 좋고 찜찜해진다는 이야기를 해줬었다. 당시에는 이해가 잘 안 됐고 그 친구가 착하다고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가 간다. 나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던 사람들이 굳이 잘못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 사람들한테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듯이 나한테도 그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니길 바라니까. 내 인생에 중요한 의미가 되지 않길 바란다. 인생의 한구석에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는 건 담뱃불에 끄트머리가 점점 타들어가는 종이같이 여겨진다. 그 불길은 처음에는 끄트머리에 불과하겠지만 곧 전체를 새까만 재로 좀먹어가게 되겠지. 그럴 정도로 그들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치가 있었던가.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 봤을 때 나도 그들에게 썩 잘한 건 없었다. 어느 순간이 되면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생각들이 예상이 되고 추측이 가면서 너희는 계속 그렇게 살겠구나. 불쌍하다, 라는 감상이 들 때가 오고야 말지도 모른다. 반드시 이해하거나 용서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어느 순간이 오면 비로소 내 갈 길을 가기 위해 선심 쓰듯이,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놓아줘야 하는 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오랫동안 정리하지 못한 것들은 마침내 정리할 때가 찾아오고야 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