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말고 빼기
2026년 첫 글을 뭘로 써야할까.
아무래도 새해를 잘 보낼 올해의 목표가 좋지 않을까 생각하다 멈칫한다. 숫하게 쓰기만 했다가 3월이 지나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던 목록들이 생각나서다. 하고 싶은 것, 해야할 것들은 어찌나 많았던지. 책도 읽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했으며, 이 와중에 새로 맡은 업무도 잘해내야 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로 작년을, 제작년을 보내왔다. 목표를 적어두고도 지키지 못했다는 찜찜함만 남긴 채.
예전의 나는 그럴 때마다 자책하기 바빴다.
남들은 잘만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안되지. 의지 박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내가 스스로 이해가 안 되었다. 큰 목표도 아닌데 못 해내는 자신이 어딘가 한심해 보였다. 작심삼일만 몇십번쯤 했으려나.
그러나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새해 계획 달성에 실패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아닐까. 현실에 비해 꿈과 이상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해야 할 목록은 잔뜩 추려놨지만, 이걸 다 하는 건 처음부터 무리였을 지도 모른다.
얼마 전 뜬 유튜브 피드 제목이다. 다행히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나보다. 이 컨텐츠를 만든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님에 따르면, 우리는 미래를 생각할때 아주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 있다고 한다. 마치 나의 새해 계획처럼, 마음먹기만 하면 뭐든지 다 될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 말이다.
반대로 미래에 올 수 있는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작게 여긴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운동을 매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하자.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야근, 과음, 추위, 더위 등 방해꾼이 아주 많다. 하지만 계획을 세울 땐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는다.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번번히 종이장처럼 얇팍한 그 의지에 굴복 당했으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이번 새해 목표는, 더하기 말고 빼기는 어떨까.
뭘 빼는 거냐고? 빼야될 건 많다. 무거운 의지와 거대한 목표, 눈 앞의 장애물 등등. 빼지도 않고 무언가 더한다는 것은, 이미 꽉 찬 공간에 억지로 물건을 더 쑤셔 넣으려는 것과 같다. 당연히 안 들어갈 수밖에.
운동의 예시처럼, 체력도 안되는데 매일 스쿼드 100개를 하겠다 하면, 100% 실패할 것이다. 대신 '빼기'의 관점을 적용해보자. 우선 욕심을 뺀다면, 매일 대신 주 2회, 100개 대신 하루 10개 등으로 바꿀 수 있다. 혹은 하루에 계단 한 층 올라가기라도 괜찮다. 이것만 해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당장의 변화는 안 보이더라도, 꾸준함은 장기전으로 갔을 때 강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방해 요소 제거하기이다.
만약 아침 운동을 결심 했다면, 밤 늦게 쇼츠를 보는 습관부터 빼야할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결심과 의지를 비웃는 장애물들이 많은데, 이걸 극복할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계획도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새해 결심을 슬쩍 얹어보자면, 스마트폰 덜 보기와 음식 덜 먹기가 있다. 바쁘다고 하면서도 손에서 폰을 놓지 못하니, 마음 먹었던 일의 절반도 하기 힘들다. 내 의지로 덜 보기 힘들어, 앱을 활용해 잠들기 전 30분만이라도 폰을 강제 사용중지 해보려 한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작년 한 해 불어난 몸집 때문에 옷을 몇 벌이나 계속 샀던지. 올해는 딱 한 숟갈씩만 덜어내고 밥을 먹으면 어떨까 싶다.
빼기의 미학은, 실패의 가능성을 줄여주는 데 있지 않을까.
결국 새해 계획의 핵심은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인 것 같다. 2026년에는 거대한 목표 대신 작은 빼기부터 시작해보시길. 덜어낸 만큼, 부담감은 덜하고 꾸준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