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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Jan 24. 2024

커피챗을 하며 느낀 점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시 '커피챗(Coffee Chat)'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

커피챗이란 말 그대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대화를 나누는 자리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스타트업에서 커리어 경험을 공유하고 채용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목적의 정보형 미팅이라고 한다.


나는 우연한 기회로 몇 년 전 커피챗이라는 앱을 알게 되었고, 앱이 만들어진 초창기에 파트너(커리어 경험을 나누는 자)로 등록해서 커리어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 커피챗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아래 참조(광고 아님ㅎㅎ)

https://www.coffeechat.kr/


당시 '타인의 성장'이라는 단어에 나도 모르게 엄청 이끌려 코칭을 공부했고, 내가 배운 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고민했었다. 

코칭자격증을 따자니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 했고, 회사를 다니며 자격증을 딸 정신적 물리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알게 된 커피챗이란 앱은, 커리어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과 익명으로 30분가량 1:1 온라인 대화를 하며 나의 경험을 나눌 수 있어 손쉽게 시도해 볼 만했다.


사실 이 플랫폼은 이직, 면접, 커리어 전환, 취업등이 목표이다 보니 잘 알려진 스타트업 혹은 대기업 등의 인기 회사와 직무에 관심 있어 대화를 시도하는 고객들이 가장 많다. 즉, 내가 속해 있는 소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분야와 회사에 소속된 파트너에게는 문의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내 경력과 프로필을 보고 신청해 주신 몇 분이 있었는데, 이들과 대화를 하며 발견한 점들이 있어 나누어보려고 한다.




1. 나에게 맞는 분야인가 

역시 1번으로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은, 내가 지금 새롭게 기회로 발견한 이 분야와 나의 커리어 방향성이 잘 맞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내가 속한 바이오 업계는, 보통 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을 채용하거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전공지식을 더 깊게 보유한 석/박사를 선호한다. 이제 관련 학과의 대학교나 대학원을 졸업했거나 다른 전공 분야로 졸업했지만 업무 전환을 꿈꾸시는 분들이 업계는 어떤지에 대해 물어보시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이 질문은 꽤나 어려운데, 일반적으로 대답해 드리자면 '바이오산업은 성장할 것이고, 일자리도 많아질 것입니다.' 정도이다.

이 질문을 하시는 분들은, 과연 이 업계에서 일하면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 내가 원하는 분야가 맞을지 궁금해서 말씀을 꺼내셨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업계건, 직접 일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다. 

나는 내가 아는 한도에서의 업계와 직무에 대해 설명드린 다음, 항상 다시 여쭤보았다.


"왜, 바이오업계로 취직/이직하시려고 하나요?"


너무 뻔한 질문 같지만, 생각보다 여기에 대해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답변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단순히 산업 전망이 좋아 보여서 가고 싶다거나 혹은 지금 직장보다 연봉이 더 높을 것 같다는 답변들...

그런 대답이 나올 때마다 나는 이 업계의 냉정한 현실도 같이 안내드리며, 한 번 더 본인만의 이유를 찾아보시라고 안내드렸다. 


꼰대 같은 설명일 수도 있겠지만, '본인만의 취직/이직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어떤 업계로 이직하셔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TMI도 곁들이며 말이다.

2. 더 좋은 기회를 갖고 싶다

당연하다. 누구나 커리어에서 더 좋은 기회를 찾아 성장하고 싶을 것이다.

나만해도 어디 좋은 자리 없나 하고 링크드인을 기웃거릴 때도 많고, 동료의 이직 소식에 마음이 갈대같이 흔들려 이놈의 회사 당장 때려치워야지라고 속으로 백만 번도 더 생각한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은 성장 기회도 많고 복지도 훨씬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일명 직장인 파랑새 증후군.


하지만, 더 좋은 기회만 찾으며 '절대 다운그레이드는 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예시로 SKY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가 1년 정도 일하신 분과 커피챗을 하는 중, 해당 회사의 직무에 불만이 많다고 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른 직무의 중소기업에서 일해보는 건 어떨지 제안드린 적이 있다.


"제가 중소기업을 가려면 뭣하러 SKY 대학을 나왔을까요?"


아... 나는 그분의 답을 듣고 속으로 놀랐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해야 했다.

이 말도 틀린 건 아닌데, 대학의 졸업장이 나의 평생 직업을 결정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다니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잘 몰라 답을 얼버무렸다.


커리어에서 더 좋은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다음이 갖춰져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를 희생하고 다운그레이드해서라도 그 기회에 맞는 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해당 직무에 맞는 나의 전문 능력

해당 직무에 대한 일정 수준의 업무 경험 (그래서 중소기업에서라도 배우라고 한 건데...)

해당 직무에 대한 나만의 성공 스토리

해당 직무로 꼭 이직/취직해야만 할 나만의 간절한 이유


3. 나는 왜 이직/취직을 해야 하는가

결국 상담을 하다 보면, 다시 원천적인 질문인 'WHY'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커피챗은 고객이 30분 동안 효율적인 상담을 받기 위해 미리 질문지를 작성하고, 그 질문을 읽은 상담자가 수락을 하면 진행되는 방식이다. 

내가 받았던 질문들은 대부분 실무적인 것들이었다.

이 업계의 이 직무에서 일하려면 어떤 전공을 졸업하고 경력을 어떻게 만들면 되는지, 전공자가 갈 수 있는 직업군의 폭은 얼마나 넓고 어떤 업무들이 있는지, 외국계 회사에 들어가려면 무엇을 하면 되는지 등등...


한 번은 다른 산업군에서 바이오업계로 이직을 꿈꾸시는 분이 우리 회사가 어떤지 물어보신 적이 있다.

나는 이것저것 여쭤보다가, 결국 이 분은 해외 지사로 가족과 이민을 가기 위해 우리 회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여쭤보았다. 왜 이민을 가시려고 하는지에 대해.

이분은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의 외국에서 나은 기회를 주고 싶어서라 대답하시며, 유럽의 육아와 워라밸 문화에 대해 설명을 덧붙이셨다.

하지만 나와 몇 차례 더 대화하신 끝에, 자신의 이민 동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30분의 짧은 대화가 강제종료 되었다. (30분만 되면 자동으로 끊기는 시스템임)


내가 커피챗에서 '왜'라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 당황하신다.

나에게 원하는 실무적인 대답이 아니라, 왜 이걸 다시 나한테 물어보지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몇 번이고 강조해도 모자란 것이 바로 '자신만의 기준과 동기'이다.

내가 정말 나의 기준으로 좋아해서 이 분야를 택하고 이직/취직하려고 하면 찬성이다.

그리고 아직 그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아 다양한 분야와 직무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 모든 것이 배움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남이 만들어놓은 기준(대기업, 연봉, 스펙 등등)으로 나의 'next career'를 선택한다면, 나는 짐 싸들고 가서 그분을 말리고 싶다.


만약 지금 이직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한 번만 더 아래 질문에 대해 고민해 보라 말씀드리고 싶다.

'당신은 왜 이직을 하려고 하시나요?'



#글루틴 #팀라이트


PS. 사실 나도 나만의 커리어 패스를 잘 못 찾은 주제에, 꼰대 시각에서 잔소리만 늘어놓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불펀하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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