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겁지만 재밌다
두 달이 끝나가는 지금은?
사실 일과 병행하려니 버겁긴 하다. 회사를 다니며 매일 아침 1시간 넘게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큰 모험이자 도전이다. 회사에서 하루 12시간 이상을 보내는데, 업무만 하기도 모자란 시간을 뚝 떼내어 글을 쓰려니 처음에는 이게 맞나 싶었다.
하지만 회사 일은 아무리 해도 끝이 나지 않았고, 그 열심의 끝에 허무가 자리했다. 반면 글쓰기는 시간과 공을 들일수록 내면이 뿌듯해지며, 내가 그토록 찾던 '삶의 의미'가 조금씩 글을 통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두 달간 글을 쓰며 글쓰기에 대한 나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기록으로 남겨보려 한다.
나처럼 글쓰기에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이라면 비슷하게 느낄 것이다.
브런치에는 글 잘 쓰시는 작가님들이 무려 5만 명이 넘게 있고, 내 글은 우주의 먼지처럼 아주 작고 가볍고 하찮아 보인다는 것을.
그래서 시작이 너무 힘들었다. 과연 나 같은 사람도 글을 쓸 자격이 있나? 매일 쓰는 글이라면 더 심각한 거 아냐? 누가 읽고 비웃으면 어쩌지? 아니다, 관심조차 없을 테니 비웃음도 없겠구나.
끊임없이 자아비판을 하며 주춤대다가, 글루틴 글쓰기 모임을 계기로 강제 글쓰기를 시작했다. 아니, 어찌 보면 내가 내 성향을 알아차리고 스스로 시작할 발판을 마련해 준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쓰며 양가감정을 느꼈다.
내 글이 부끄러워 우주 너머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글쓰기를 해냈다는 기쁨으로 반짝이는 마음.
사실 지금도 발행버튼을 누를 때마다 '내 글은 쓰레기'라는 생각을 여전히 한다. 나 자신이 참 못나고 한심해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렇게 쓰인 나의 작은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주의를 강제로 버리고 그냥 썼더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사실 완벽주의를 내려놓는 것이 가장 힘들지만, 이것도 배움의 한 과정이리라...
나는 직장인의 페르소나로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살아가고 있으며, 내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글감의 70%는 나의 '업'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나의 이야기부터 팀장으로서 겪는 에피소드, 동료들과 나눈 대화에서 발견한 생각 등등을 글로 써보았다.
각기 다른 주제로 글을 썼지만 '업'으로부터 얻는 경험과 통찰이라는 공통점은 있었다.
항상 내가 쓸 수 있는 글감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엮으면 좋을지 고민해 왔는데, 매일 쓰다 보니 나의 관심사와 나의 이야기의 방향성이 조금씩 보이는 느낌이었다.
이 얘기인즉슨, 아무도 출근하지 않아 고요하고 평화로운 아침 시간을 확보 못하면 그날 글쓰기는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물 건너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루는, 옆 자리 동료가 7시도 되기 전에 출근해 커피타임을 요청했다. 내가 글루틴을 하기 전 종종 우리는 7시 스타벅스 오픈런으로 획득한 리저브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빙자한 회사 욕과 어려움을 나누곤 했다.
그리고 이날은 동료가 깊은 고민을 같이 나누고 싶어 해 어쩔 수 없이 처음으로 글루틴 땡땡이를 쳤다.
매일 쓰다가 하루를 빠뜨린 날, 처음에는 불안해서 일이 잘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약간의 강박이 뒤섞여 '아, 빠지면 안 되는데, 오늘도 써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러다가 밤이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며 땡땡이가 이렇게 신나는 거였다니 싶어 진다.
바빠서 못 쓰는데 그냥 패스할까? 생각하다가 이렇게 한두 번씩 빠지면, 글을 안 쓰는 내 몸은 편안한데 마음은 불편한 상황이 올 것 같았다.
리더도 바뀌고 새로운 계획도 세워야 되는 연초라 무지하게 바빴지만, 나는 짬을 내서 계속 글을 써 내려갔다.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지금 글쓰기가 정말 필요하다는 대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글쓰기는 남 중심의 삶을 '나 중심의 삶'으로 가져다주는 최적의 도구였다.
나의 삶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발견하려면 글을 쓰며 계속 생각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내 삶을 내 것으로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