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쓰기 (feat. 매우 어려움)
운 좋게도 지난달에는 내가 쓴 글 몇 개가 브런치 메인에 노출되어 많은 분들께서 봐주시고, 따뜻한 댓글도 남겨 주셨다. 나는 처음 경험해보는 조회수와 라이킷 증가로, '엥, 이 글이 도대체 왜?' 라는 생각과 '우와, 완전 신기하다!'라는 마음 두 가지 모두 들었다.
사실 가장 많이 봐주신 아래의 글을 쓰면서도, 글감에 대해 엄청 고민했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 아니 더 일찍 일어나 하루를 알차게 시작하시는데 내가 뭐라고 글로 잘난척하는 건가 싶어서 말이다. 설령 나의 의도는 전혀 그렇지 않더라도 다르게 비칠까 무서웠다.
https://brunch.co.kr/@rim38/106
다행히도 공감과 응원의 댓글이 대부분이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후 다음 글을 쓸 때는 다른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건 바로 '더 잘 쓰고 싶다'라는 마음의 병!!!
글감에 집착하고, 제목을 계속 바꿨으며, 글을 쓸 때는 힘이 계속 들어가 한 문장이면 될 것을 줄줄 펼쳐서 늘어놓고 있었다. 시간 내에 써야 되는데 글 양 조절이 되지 않아 2시간을 붙잡고 있었던 적도 있었고, 올린 글에 반응이 없으면 왜 그럴까 자책하고 있었다.
나의 평생을 함께해 온 완벽주의와 인정욕구가 브런치에서 다시금 떠오르고 있었다.
이런 정신 상태로 3-4일 지내던 어느 주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예전 사진을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사진에는 딸아이의 어릴 적 모습들과 함께, 예전에 아이가 그린 그림도 같이 있었다.
돌이켜보니 아이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참 좋아했다.
동화책에 나온 장면을 따라 그리기도 하고, 이모티콘 같은 캐릭터를 스스로 창조하기도 했다.
점으로 시작했던 아이의 그림은 선이 되었고, 여기에 예쁜 색이 입혀지면서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당시에 아이가 개발새발 선을 찍찍 그어놓고 똥색을 칠하더라도, 아이에게 폭풍칭찬과 리액션을 아끼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고 좋아한다는 마음 자체가 마냥 사랑스럽기만 했기 때문이다.
가끔 아이가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정을 부리면, '괜찮아, 그냥 그려도 돼, 잘 안 그려도 돼'라고 달래주곤 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아이의 그림 그리기와 나의 글쓰기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나는 나에게 관대하지 못할까. 아이에게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나는 왜 계속 더 잘하려고 채찍질하는 거지?
아이처럼 그냥 욕심 없이 생각 없이 즐겁게 글을 대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스스로 다 내려놨다 생각했던 나의 인정 욕구(나 자신으로부터, 타인으로부터)가 나를 글쓰기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치열하게 엄청 열심히, 누구보다도 더 뽀대나게(?) 잘 쓰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써보려고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정리하기 위함이다.
미처 인지하지도 못했던 작은 것들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내 삶에 적용해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함이다.
어쩌면 나의 글은 아이의 낙서처럼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낙서도 계속하다 보면, 결국은 발전해서 나만의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믿어본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그냥 쓴다.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