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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Mar 06. 2024

회사원이지만 취미는 즐기고 싶어

취미 있는 삶에 대한 짧은 고찰

취미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혹여 누가 내 취미를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일단 3초 정도 고민한다.

대답을 피할 수는 없어, 상황에 따라 적당히 요리 혹은 독서라고 둘러댄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자신만의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부럽다.

사석에서 동료들에게 가끔 물어보면, 정말 다양한 취미들을 가지고 있어 놀랐다. 북클럽, 골프, 스키, 꽃꽂이, 드럼, 수채화, 방탈출, 비박, 카페투어 등등...

아니, 어쩜! 다들 똑같이 일하고 집에 가면 쉴 시간도 모자랄 텐데 참 부지런하다.

동료들은 취미를 위해 마음의 여유와 시간을 기꺼이 내어 준다. 그리고 방바닥과 계속 붙어 있고 싶은 본능을 이겨내고 취미를 위한 행동에 착수한다.


나는 그들이 부러워 죽겠다고 생각하다가, 결국 이것도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임을 알아차린다.

취미에 대해서 남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안 할 수도 있는데 나 혼자 또 진지하다.

왠지 취미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좋아서 그냥 하는 것 자체로는 취미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을 가로막고 있다.

아! 나는 취미에까지 큰 의미부여를 하고 있었구나...

말로만 취미를 즐기고 싶다고 얘기했나 보다. 실상은 취미라고 부를 무언가가, 남들에게 보일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떼고 싶어도 잘 떨어지지 않는 완벽주의와 인정욕구는 여기서도 튀어나온다. ㅎㅎㅎ




관점을 조금 옮겨서, 과연 회사원들에게 왜 취미가 필요할까 생각해 본다.

사막같이 삭막한 회사 생활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

온전히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

순수한 재미가 마구 느껴짐

삶이 다양한 무지개색으로 다가옴

하다가 때려치워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음

평소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교류

이 세계에서 살다가 저 세계로 옮겨간 듯한 시공간의 변화

나중에 이걸로 먹고살아도 되겠는데 하는 상상의 자유


나같이 팍팍하게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게 취미인데, 나만 없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억울하다.

그래, 내 기준을 낮춰서 나만의 취미를 한 번 찾아보자!

이 취미를 안 해보고 죽는다면 억울한 것들이 뭐가 있을까?


그래서 뜬금없이 정리해 보는 나의 '취미 버킷 리스트'를 소개해 본다. (사실 빨리 글을 포스팅하고 일을 시작해야 되서 마음이 급하다ㅋㅋㅋ)


악기 하나쯤은 멋들어지게 연주해 보기 - 몇 개 시도해 봤다가 중도 포기해서 끝까지 한 개는 해보고 싶다.

누군가와 같이 노래하는 합창 - 하모니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은 나에게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감동을 준다

내 스타일대로 그림 그려보기 - 자꾸 잘 그리려고만 하니 그림을 시작하는데 힘들다.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아무거나 그려도 편안했으면 좋겠다 (완성 집착 금지)

명상하기 - 취미가 맞나 싶긴 한데, 내 마음을 고요하게 들여다보고 싶어서 하나 넣어 본다

여러 세계의 요리 경험하기 - 매번 비슷한 요리만 접하는 게 아쉬워, 전 세계의 다양한 요리를 맛보고 만들어보고 싶다


어라! 이상하다?

취미 버킷 리스트를 쓰는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상상만 해도 엔돌핀이 나오는 것 같다.

역시, 취미가 별 건가.

취미는 삶의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의 재미 추구이다. 그리고 나의 취향과 선택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방바닥에서 귤 까먹기가 취미라고 말해도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을...

이번 생은 내가 정한 취미의 경계 따위 버리고, 하나씩 시도하면서 살아야겠다 생각해 본다.


#몹쓸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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