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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Mar 22. 2024

누군가에겐 나가는 문, 누군가에겐 들어오는 문

기회와 성장에 대한 생각

작년 말부터 동료들의 이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입사 두 달 차 리더분의 퇴사 뉴스까지 있어 분위기가 꽤나 뒤숭숭하다.

안 그래도 나는 더 이상 이 일에서 의미와 성장의 기회를 찾지 못해 이직과 퇴직을 고민하던 중이었다. 이 와중에 사람들이 떠나는 모습은 내 마음에 기름을 더 부었다.

나는 빨리 내 자리를 벗어나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어느 날 하루는 퇴사에 대한 고민 끝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토록 떠나고 싶은 이 자리는, 누군가에게는 꼭 오고 싶은 자리는 아닐까?'


친한 동료가 최근 부서 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승진과 배움의 기회 모두 있어 나는 진심으로 그를 응원했지만, 그 자리의 어려움을 아는 누군가는 그를 가지 말라고 말렸다.

심지어 내부에서 그 자리를 추천받은 동료 중 하나는 절대 가고 싶지 않은 자리라고 했다. 승진이 기회가 아니라 퇴사를 불러오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라며... 사장님으로부터 직접 받는 압박이 어마어마한데 왜 그 자리를 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자리의 경쟁률은 나름 높았고, 그 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리고 친한 동료는 그 자리를 좋은 기회로 생각해 열심히 면접 준비를 하고 결국 합격했다. 휴일동안 고3처럼 도서관에서 살면서 면접을 대비한 모든 자료를 찾아봤다고 한다.


비슷한 경우가 또 있었다.

작년에도 이직을 고민했던 동료가 상담을 청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고 했다. 왜 그런 안 좋은 곳으로 가냐는 질문과 함께 그 회사와 직책의 나쁜 점을 나열했다 한다. 


물론 객관적으로 안 좋은 자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자리가 주관적으로 보면 다 안 좋기만 했을까? 누군가에게는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자리가 아니었을까?

결국 그 자리는 상대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 자리가 싫어서 뛰쳐나가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절실하게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의 상황에서는 그 자리가 절망 혹은 기회일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 나에게는, 누군가 싫다 박차고 나간 자리의 기회가 따끈따끈하게 주어졌다.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잘해왔던 사람이 이직을 하면서, 괜찮다면 나를 추천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본인은 다른 성장의 기회를 찾아 떠나가지만, 이 자리가 나에게는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고 하면서.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우선 겁부터 났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의,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그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지난번처럼 실패하면 어떨지 걱정부터 되었다.


혼자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내가 아직 그 자리에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며 내가 잘 못할까 봐 섣부른 걱정하고 있었다.

설령 지원하더라도 다른 지원자에 밀려 합격을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나 혼자만 그 이후를 미리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도전이 나중의 후회를 불러올까 걱정만 하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려고 그때 다시 새롭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나에게는 성장과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고, 나는 그 기회를 위해 노력해 보자 다짐한다.

나중에 그 기회를 놓쳤다며 후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사실 내 결심은 아직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인데, 이렇게 독자분들께 미리 털어놓게 되어 정~~~ 말 후련하다. ㅎㅎㅎ


PS. 혹시나 제가 기회로부터 도망가려고 한다면, 저를 위해 질책과 조언을 아끼지 말아 주세요!


#몹시쓸모있는글쓰기 #몹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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