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오케스트라와 닮은 꼴
중학생이 된 딸이 얼마 전 음악 시간에 들었다며 오케스트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음악 선생님은 한국이 오케스트라를 잘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설명하셨고, 여기에 이어 딸이 다니는 중학교의 오케스트라반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지도 말씀하셨다 한다.
이야기를 들으며 진지하게 악기를 연주하는 중학생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각자 연습하고 공연을 위해 합을 맞추며, 지휘자의 신호에 따라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청소년 드라마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음은 물론이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는 상상 끝에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속해 있는 일터도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구나!'
회사의 규모가 점점 커지며 대기업화되고 있는 중이다.
장점도 있지만 이로부터 발생하는 부서 간 불협화음도 같이 커져 중간관리자로서 꽤나 머리가 아프다.
각 부서에서 달성해야 할 성과가 다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그것을 조율하는 일이 많아졌다. 공동 목표를 위해 다 같이 합심해도 모자란데 이를 해석하고 수행하는 방식은 모두 달랐다.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질 것이다.
솔로 첼로나 관현악 4중주처럼 적은 인원이 각자의 연주를 할 때는 개인의 역량이 정말 중요하다. 회사로 따지자면 마치 스타트업과 같다. 한 명이 일당 백을 해내며 회사를 먹여 살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게는 50명에서 100명까지 많은 인원이 속해 있는 오케스트라라면?
무엇보다도 이런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화음을 내는 것이 오케스트라의 가장 큰 임무이자 목적이다. 나 혼자의 힘이 아니라 같이의 가치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에서도 오케스트라처럼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나의 실력이다.
소리의 조화가 이루어지기 앞서, 무엇보다도 내 몫을 온전히 다해야 한다. 최고의 연주자가 되기 위해 연습을 계속하고 나의 소리를 잘 표현해야 한다.
회사에서도 결국 가장 피해를 주는 인물은 한 사람 분량의 몫을 다해내지 못하는 직원인 것과 마찬가지다.
지휘자의 방향과 속도에 맞춰야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곡을 해석하며, 속도와 템포를 잡아주는 지휘자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악기의 밸런스를 맞추는 지휘자의 방향성에 따라가지 않으면 오케스트라 멤버로서 같이 갈 수 없다.
설령 역량이 너무나 뛰어난 직원이라도, 회사에 다니는 한 지휘자의 지시를 무시하고 맘대로 업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지휘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결국 나가야 할 사람은, 지휘자와 맞지 않는 '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오케스트라는 협업, 조화, 화음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지휘자의 지휘에 맞추어 연주를 하겠지만, 동시에 다른 연주자들이 내는 소리를 귀담아듣고 내 연주와 합을 이루어내야 한다.
다른 직원들을 존중하고 나와 함께하는 소중한 존재로 인식해야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
오케스트라의 사전적 정의를 찾다가 아래의 단어를 알게 되었다.
Orchestrate : 어떤 것을 정리하여 능숙하게 조정하다, 조직하다/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개인적으로 협업과 하모니를 굉장히 좋아한다. 직장이나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도 그러하다.
그리고 orchestrate라는 단어를 접하며 내가 잘하고 앞으로 더 발전시키고 싶은 능력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orchestrate의 길은 멀고 험할 수 있지만, 진짜로 내가 원하는 길이라 느낀다.
나 혼자의 역량으로 해낼 수 없는, 누군가와 같이 가며 웅장한 화음을 내는 인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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