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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Apr 02. 2024

이력서 한 줄 쓰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쓰다 만 이력서

지난 주말 큰 마음을 먹고 책상 앞에 앉았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으니, 가장 기본이 되는 이력서부터 쓸 예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력서 쓴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진짜 오래되긴 했나 보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살려 간신히 7년 전 이력서를 찾아냈지만, 스스로 충격만 받았을 뿐.

이게 도대체 뭐람. 7년간 한 번도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내 이력서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었다.

참고는커녕 예전에 왜 이따위로 썼는지 부끄럽기까지 했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구글에서 영문이력서 템플릿을 검색하니 어마어마한 정보가 쏟아진다. 

하지만 멋들어진 템플릿은 죄다 유료라, 스스로 템플릿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완벽한 템플릿에 작성을 하면 내 이력서가 좀 더 '있어'보일 것 같았다.


나에게 주어진 2시간.  

남은 것은 셀프 작성하다 때려치운 템플릿, 그리고 여기에 적은 내 이름 세 글자뿐이었다.

'아! 이력서 작성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다니!'


갑자기 주마등처럼 나의 머리를 스치는 기억들.

나는 여러 명의 이력서를 검토해 주고 조언해 준 경험이 있다. 그때마다 여긴 이렇게 써라, 저긴 표현을 더 간결하게 해라 등등의 잔소리를 쉬지 않고 했었는데.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입만 살았었구나.

심지어 후배 동료들에게는 이직하지 않더라도 매년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면서 너의 경력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경력을 쌓을지 계획하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 정작 나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면서 말이다.


역시 경험을 해봐야만 진정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아무튼 결론은, 이력서 한 줄 쓰기 겁나(?) 어렵다!!!




몇 년간 면접관으로서 다양한 이력서들을 검토해 왔다.

내가 리뷰했던 이력서와 내가 직접 작성하는 이력서는 굉장히 다르긴 하다.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의 차이랄까?

하지만 이직을 고민하고 경력자로서 이력서를 쓰시려고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나의 경험을 나누어보려고 한다. 

지면을 빌어 내가 봐왔던 이력서 중 잘 쓰인 이력서의 특징을 몇 가지 공유해 본다.


청중을 고려하여 작성한다

모든 문서와 자료는 그것을 열람하는 상대방을 고려하여 작성해야 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자료라도 상대방의 요구사항과 니즈에 맞지 않으면 쓸모없는 문서가 된다.

예를 들어, 내가 몸담고 있는 외국계 회사는 자기소개는 전혀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소개가 있으면 주니어 같은 느낌이라 마이너스가 된다. 

가장 중요한 사항은 채용공고에 있는 JD(Job Description)을 꼼꼼히 읽어 보고 여기에 최대한 맞춘 경력을 기술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경력기술서라도 지원하는 회사에 대해 조사해서 그 회사의 방향성, 미션 등에 맞춘 용어를 기술하면 면접관의 눈에 들 수 있다.

만약 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경우, 커피챗이나 링크드인 등을 통해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과 연결하여 미리 물어보고 니즈를 파악하면 승률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사항을 맨 앞에 배치한다

하루에도 몇십 건의 서류와 이력서를 보는 면접관들에게는 'impact'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안 그러면 쉽사리 잊힐 테니 말이다.

JD를 꼼꼼히 읽어보고 Qualification(자격요건)에 나열되어 있는 사항들을 종합해 어떤 것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꼭 필요한 기술이나 경력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그 후 그 업무에서 발휘할 수 있는 나의 강점을 이력서 가장 앞에 3가지의 포인트로 정리해서 작성해 보자.

해당 직무와 맞는 나의 경력상 강점, 업무성향상 강점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잘 정리된 3가지의 포인트는, 면접관을 한눈에 매료시킬 수 있는 좋은 툴이다.


경력과 강점을 잘 요약한다

이력서는 내 경력의 집약체이자 요약본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면접관들은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다. 줄줄이 나열된 경력을 모두 읽어볼 여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길게 나열하면 피로해져서 더 읽기 싫어진다.

JD에 맞는 경력을 나열하되, 한두 줄로 요약하는 것이 잘 쓰인 이력서의 키포인트 중 하나이다.

해당 경력에서 나온 결과, 배경, 나의 기여사항 등을 최대 2-3줄이 넘지 않게 작성해야 한다.

만약 경력이 10년 이상 된다면 그 경력을 더 압축해서 2장 이내로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경력 자체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여기에도 나의 강점을 녹여 이 결과를 달성한 부분을 표현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글을 적으면서 스스로 깨닫는다.

이렇게 잘 알면서 나는 왜 못하는 건데!라고 말이다 ㅎㅎㅎ


막상 이력서를 작성하는 입장이 돼 보니, 내 경력과 강점을 한두 줄에 녹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잘 쓰려고 하니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이력서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걸음이니 이번 주 내로 꼭 업데이트하겠다는 결심을 다지게 된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이직을 위해 이력서를 작성하시는 모든 분들께 같이 힘내시자고 응원을 담아 보낸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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