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롯이 나를 만나는 방법

나에게 글쓰기가 있어 다행이다

by 수풀림

다시 찾아온 질풍노도의 시기.

직장인 사춘기는 이제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결코 아니었다.

마치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처럼 내 마음은 평온하지 못했고, 한 번 생긴 소용돌이는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스치는 작은 바람에도 자꾸 흔들렸다.


원래 힘들면 잠꼬대를 하는 버릇이 있었다.

이제는 다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최근 잠결에 '회사 다니기 너무 힘들다고!'라고 소리 지르다 스스로 놀라며 깬 적이 있다. 스트레스로 몸 여기저기가 안 좋아졌고 잠꼬대는 날로 심해지기 시작했다.

친한 동료들과 가끔씩 서로 힘든 점을 털어놓곤 했다. 하지만 위로가 되는 건 딱 그때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나의 답답함은 나아지지 않았다.


자꾸 침전해 가는 내 마음을 부여잡고 글을 썼다.

글을 쓰고 싶은 생각도 시간적 여유도 없고 의욕도 많이 떨어졌지만, 그냥 썼다.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진정한 내가 없어질 것 같았다.

회사 일로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껍데기뿐인 나만 남아 있을 것 같았다. 결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아니었다.


글을 쓰며 나를 오롯이 만났다.

글의 주제는 상관없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쓰던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의 생각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이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생각과 마음을 탐구했다.


신기했다.

글을 쓰니 내가 보였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아, 나는 원래 이렇게 생각하던 사람이었구나!

밖에서 불어오는 태풍의 영향으로 괴롭다는 감정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내 마음속에는 다양한 생각이 들어 있었고, 이 위기를 헤쳐나갈 의지와 계획도 있었다.


나에게 글쓰기는 자기 발견의 시간이다.

그리고 나만의 명상 시간이자 마음을 치유해 주는 좋은 벗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게 해 주고, 그것을 명확하게 그려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결국 나 자신이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남의 시선이나 인정에서가 아닌 오롯이 나로부터 시작된 동기는 앞으로도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할 것이다.


누가 나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한다면 나는 단연코 '글쓰기'라 답을 말할 것이다.

올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들어요.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무엇부터 해야 될까요?

사람들은 저에게 원하는 것을 찾으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제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요?

진정한 변화를 꿈꾸며 이것저것 해보고 있는데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어요 정답을 찾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불과 1년 전의 나는 글에 전혀 관심도 없었고, 글쓰기를 해본 적도 없었다.

글쓰기와의 인연은 학창 시절 강제로 쓴 일기와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쓰는 이메일 글이 전부였다.

가장 괴로웠을 때 코칭을 받으며 숙제처럼 쓴 감사일기가, 지금의 내 브런치 글로 발전한 것이다.

글을 통해 나는 치유받았고, 지금도 혼자 돌아보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내고 있다.


요즘의 내 마음상태를 반영한 나의 글은 얼마간은 진지하고 어두울 예정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글쓰기의 힘을. 글쓰기가 나에게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쓴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내 글을 매일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러니까 조회수가 안 나오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