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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May 14. 2024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할 때

힘이 되어 주는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트랙 위에서 잘만 달리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삐끗해서 뒤쳐진 느낌이 드는 순간. 다시 트랙으로 돌아가 남들을 따라잡기 위해 더 빨리 뛰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이 든다. 트랙 밖으로 빠져나온 이후부터 다시는 그 안으로 못 돌아갈 것 같기도 하고, 설령 다시 시작하더라도 절대 다른 사람들의 속도를 맞출 수 없을 것 같다.


최근의 커피챗 신청자분에게서 그런 막막함과 초조함이 느껴졌다.

지금 5년 넘게 하고 있는 직무가 본인에게 맞지 않아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신 분이었다. 전공을 살리고 자격증도 딴 후 바로 취업을 했는데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만 든다고 했다.

현재 직장에서 종종 우리 회사나 비슷한 업종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이 분야가 본인에게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외국계 회사로 가서 새로운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 보였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는 상황을 3년간 반복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계속 실패를 경험하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력서를 내고 지원을 했는데 아무 답을 못 받은 적도 많았고, 면접까지 갔지만 최종에서 낙방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준 사전 질문이 현재 본인의 상황에 대한 절규 같은 느낌이 들었다.

'OO회사에서는 외국계 석사나 박사만 뽑는 건가요? 자격 조건이 궁금합니다'


짧은 30분간의 커피챗 시간 동안 신청자분이 궁금해하시는 사항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드렸다. 우리 회사는 99% 이상의 채용이 경력직이라, 직무 경력 적합성이 가장 큰 합격 요소다. 그래서 신청자분의 현재 경력은 우리 회사에서 찾는 직무와 맞지 않아 떨어졌을 확률이 크다고 말이다.

외국계 석사나 박사는 합격을 좌지우지하는 요소가 아닌, 0.1%도 안 되는 가산점 조건일 수 있다는 부가 설명도 곁들였다. 스펙보다는 업무 경력과 업무 성과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신청자분은 아무도 자신에게 불합격에 대한 원인을 알려주지 않아 너무 답답했다고 했다. 그래서 혼자 그 원인을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고학력 스펙을 따기 위해 외국 유학을 가야 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 회사는 합격과 불합격에 대한 피드백을 그리 빠르거나 친절하게 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원자가 합격유무 결과를 마냥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애가 탔을지, 그리고 또 한 번의 불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좌절했을지 공감이 되어 마음이 아팠다. 


신청자분의 여러 질문 중 핵심 질문은, 그럼 어떻게 해야 우리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가였다.

신청자분이 지원하려는 부서가 우리 부서는 아니라 정확하게 모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원 부서에 맞는 업무 경력을 쌓는 것이 먼저라는 답변을 드렸다. 우리 회사는 업무 경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국내 대리점에서 비슷한 업무를 경험하면 좋을 것 같다는 추가 설명도 곁들였다.

무엇보다도 규모가 조금 더 작은 회사나 국내 회사의 경우 다양한 업무를 해볼 수 있어, 나에게 맞는 직무를 찾는데 유리하기도 하다. 사실 일을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진정으로 알겠는가.


어찌 보면 뼈아픈 현실 조언이었을 수 있었겠지만 신청자분은 피드백을 받은 것 자체 만으로도 감사해하셨다. 불합격의 원인을 알아야 합격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이 이 나이를 먹도록 혼자서 길을 찾아 헤매다가 그 길에 너무 늦게 들어가는 것 같아 답답해하시기도 했다. 사실 우리 회사에서는 그 나이가 너무나 젊은, 신입사원 중 막내 사원의 나이라고 말씀드리니 깜짝 놀라셨다. 

나만 뒤처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다른 사람들은 트랙의 저 앞에서 달리는 것 같고 나는 이제야 출발선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30분간의 짧은 대화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취준생이었을 때의 절망스러웠던 기억과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겪었던 질풍노도의 시기들. 그리고 이런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까지 말이다.

비록 내가 가진 경험은 나에게는 별거 아니라 느껴지지만, 우리 회사를 오고 싶어 하는 커피챗 신청자분 같은 경우에는 정말 소중한 정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길이 보이지 않고 지금은 안갯속에 있는 것 같아 막막한 느낌이 든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주변의 친구이던, 이직을 먼저 경험한 선배이건, 혹은 커피챗 같은 익명의 누군가이 건 말이다.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열심히 신호를 보내야 구조대가 조금 더 빨리 잘 찾아올 수 있다. 물론 혼자도 산길을 빠져나올 있겠지만 그 길은 너무나 고독하고 힘들 수 있다.


역시나 오늘도 마지막은 '나'로 마무리 지어본다. 나는 별 거 아닌 사람이지만,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희미한 한 줄기 빛이 되어 주는 사람이고 싶다고.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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