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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May 10. 2024

일잘러는 맥락을 읽는 사람

텍스트(Text) 말고 컨텍스트(Context)

퇴근 시간이 다가왔는데 갑자기 상사가 김대리에게 말을 건다. 무언가를 지시하는데, 하필 퇴근시간에 중요한 업무를 시킨다. 젠장, 당장 집에 싶고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애써 속마음을 숨기고 대답을 해야 하는 부하직원의 숙명. 

이때 김대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면서, 일도 잘하는 부하직원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을까?


 - 상사 : 김대리, 진행 중인 A 프로젝트 경과 보고서 이번 주 금요일까지 작성 가능한가?

 - 김대리 :

넵! 가능합니다. (퀄리티를 포기한다면요...)

팀장님이 시키신 일이니,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들어야죠! (손바닥을 함께 비벼준다)

금요일은 힘들고 다음 주 화요일까지 드려도 될까요? (일단 미루고 봐야겠다, 나도 살아야지)

아니요, 이번주는 조금 힘들겠는데요? (제발 집에나 보내주라고~~~)

팀장님,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지금 제가 급하게 하고 있는 일이 뭔지 아시면서...(너란 인간 참 무심하다)

혹시 어떤 것 때문에 금요일까지 자료가 필요하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어, 갑자기 왜 시키지?)


정답은 무엇일까? 아니,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답할 것 같은가?

사실 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유가 있다면 금요일까지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도 있고, 혹은 상사가 자기 욕심으로 무리하게 지시한다고 생각되면 No를 외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잘러들은, 상사의 지시사항을 듣고 바로 Yes or No를 답변하지 않는다.

반드시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상사의 '의중'이다. Text 너머의 Context를 파악하는 것이다.

즉, 상사가 어떤 이유로, 이 시간까지, 어떤 방법으로, 어디까지 기대하는 것인지를 어떤 수를 써서라도 알아낸다. 그것은 일의 방향성이자 일의 최종 성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상사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는 것이 두 번째 일잘러의 비법이라 하겠다.

사실 상사도 일개 직장인이라, 퇴근 시간이 다 되어 일을 시키기 싫었을 수도 있다. 본인도 갑자기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요청했을 수도 있고, 혹은 클라이언트가 경쟁업체를 선택한다는 첩보를 받고 빠르게 움직였을 수도 있다.

즉, 상사가 어떤 의도로 나에게 일을 시켰는지 파악해야만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 보다 그 목적에 맞는 결과물로 말이다. 


대부분의 상사들은 이런 의도를 처음부터 잘 얘기해주지 않는다. 이것저것 위에서 지시사항을 더 많이 받고, 머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간결하게 해야 할 것만 얘기한다.

하지만 이건 단지 표현형이기 때문에, 부하직원은 그 표현만 믿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왜냐하면 표현이 모든 의도를 담고 있지는 않아서이다. 의도가 없는 표현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만약 위의 예시에서 상사의 의도를 모르고 금요일까지 보고서를 그냥 가져간다면, 높은 확률로 수정해야 할 수 있다. 왜 시켰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문이 중요하다.

상사가 어려워 질문을 잘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질문은 일의 핵심과 본질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자. 첫 질문이 조심스럽고 힘들지, 두 번째부터는 조금 더 괜찮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사의 의도를 파악해 보고서를 작성한 후에는, 반드시 중간보고를 해야 한다.

내가 파악한 의도와 그의 의도가 맞는지 서로 맞춰보는 시간. 이 시간의 간극이 길면 길수록 보고서는 그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결국 의도라는 것도 메시지로 표현하면서 왜곡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단어를 말해도 다른 뜻으로 들리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래서 상사가 정말 꼴 보기 싫고 마주치기 싫더라도, 중간보고는 나를 위해 하자. 

내가 일을 조금 더 잘하고 싶다면, 그리고 일로 인정받고 싶다면, 피드백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피드백을 받아야만 일에서 성장할 수 있기에.


두가 원하는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은 과연 타고난 능력일까?

물론 처음부터 그걸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은 내 노력 여하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고, 그것이 맞는지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는 것. 그것이 상사의 지시사항이던 옆 동료와의 업무 분배이던 말이다. 


글을 쓰다 보니 이건 비단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누군가와 소통하더라도, 기본은 의도와 맥락 파악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기에.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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