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삶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신기하게도 전혀 다른 것들이 놀라우리만치 비슷하다 느낄 때가 있다. 등산과 인생의 공통점이라던지, 아이들을 자라나는 새싹에 비유하는 표현들이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글을 쓰면서, 아니 글을 쓰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글감을 찾으면서 이런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어제는 오랜만에 팀원과 1:1 미팅 시간을 가지며 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일로 만난 사이라 대부분의 대화 주제는 대부분 '일'이 차지하고 있다. 일을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 나에게 맞는 일에 대한 고민, 내 일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방향성 등등.
한참 얘기를 하다 보니 묘한 기시감이 든다. 일잘러가 되고 싶은 팀원의 마음이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나의 마음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글쓰기 모임 오프닝 특별 세션으로영글음 작가님께서 '좋은 글'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다. 그동안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은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좋은 글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흘러나오는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강의를 들으며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특히나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며칠간 머릿속을 채우던 좋은 글에 대한 생각은, 어제 팀원과 일에 대한 대화를 하며 조금씩 정리가 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과 글 모두 아래의 두 가지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느꼈다.
나만의 정의가 정말 중요하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영글음 작가님이 강의에서 깨닫게 해 주신 것 중에 하나는, 어떤 것이든 나만의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들이 생각하는 좋은 글과 내가 추구하는 좋은 글을 정말 다를 수 있다.
일도 그렇다. 누군가는 일에서의 스킬이 올라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직원들 간의 소통이 일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결국 내가 어떤 것을 추구하냐에 따라 나의 일과 나의 글의 방향성은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찾고 그것을 나만의 언어로 정리하는 것, 이 두 가지는 일과 글, 아니 삶 전반에서 정말 중요한 첫걸음이다.
좋은 인풋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잘러 혹은 좋은 글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렸다면 그다음 해야 할 것은 'input'이다. 일도 글도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Garbage in, garbage out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좋은 것을 입력해 주면, 좋은 것이 나오는 원리이다. 마음이 그저 생각이라면, 인풋은 일용할 양식이다. 좋은 글을 읽어야 좋은 글이 나오고,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방식을 많이 접해봐야 지금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일과 글이 닮아 있다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가 두 가지에서 추구하는 바가 똑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일도 글도, '의미'와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
의미란 삶에 대한 일깨움이며, 재미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브런치 작가님의 글 중에서도 내가 가장 많이 보고 좋아하는 글들을 분석해 보니 이 두 가지로 결론이 나온다. '왜'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게 하는 의미형 글과, 촌철살인 재치가 있는 글들.
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고 그 의미를 향해 사는 분들이 가장 존경스럽다. 그리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유머를 놓지 않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지금은 글린이로 한 걸음을 뗀 지 얼마 안 되어 의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는 못하겠지만, 결국 나는 이 두 가지 가치를 추구하는 글을 써야겠다 생각해 본다.
그나저나 오늘 글도 의미를 하도 장황하게 말하다 보니, 재미가 참 없어졌는데 어떻게 끝내야 하나 걱정된다ㅎㅎㅎ. 하지만 은근슬쩍 이렇게 마침표를 찍고 얼른 '일'을 하는 일상으로 돌아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