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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May 06. 2024

글쓰기와 그리기의 공통점

나를 표현하는 방법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는 친한 친구가 만든 웹툰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 중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혼자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아이가 커가고 사춘기가 되면서 대화 거리가 줄었는데, 그중 아직까지도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림과 웹툰이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는 종종 아이가 웹툰 동아리에서 이번 주에 무얼 했는지 묻곤 했다. 사춘기 아이답게 "별거 안 했어."라고 매번 쿨하게 대답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여기에 이어 다른 말을 덧붙였다.

"엄마, 이 웹툰 봤어?"


아이가 추천해 준 웹툰은 그림으로 예고에 진학한 학생들의 성장 드라마를 다룬 작품이었다. 

평소 내가 즐겨 보는 웹툰과 딸아이가 좋아하는 웹툰은 그야말로 정반대이다. 판타지, 액션, 회귀물 등을 좋아하는 딸과는 달리 나는 오직 일상툰만 본단다. (사실 아이가 이 사실을 알려주어 깨달았다.)

아무튼 이런 취향을 가진 나도 재밌어할 것 같다며 딸은 나에게 추천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연달아 그 웹툰을 보며 너무 좋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 웹툰의 소재는 바로 '그림'이었다.

그림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 서로 연결하는 아이들,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별 기대 없이 만난 웹툰을 정신없이 보다 보니, 문득 글쓰기와 그리기는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일까. 세 가지 꼭지로 정리해 본다.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글쓰기와 그리기의 가장 큰 공통점은 '표현'인 것 같다. 내가 가진 생각이 글자로 흘러나오면 글이 되는 것이고, 점선면으로 흘러나오면 그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나의 해석, 나의 가치관, 나의 경험 등이 자연스레 표현될 수 있는 수단이 누군가에게는 글쓰기,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리기이다. 나의 머릿속에 가득 찬 세계관을 마음껏 꺼내놓고 펼쳐놓을 수 있는 좋은 수단 말이다.


둘 다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것이 종이이든, 브런치이든, 태블릿 그림판이든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나의 생각으로만 끝나면 공상이 되지만, 좋은 매개체를 만나면 작품이 된다. 


기록하고 보존할 수 있다

생각은 바람처럼 가벼워 찰나에 날아가버리곤 한다. 작품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나의 감정과 생각과 가치관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때로는 한창 커가는 아이의 미소일 때도 있고, 내가 느낀 좌절감일 때도 있지만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곧 나의 역사가 될 것이다.




4월의 글쓰기는 번아웃과 괴로움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스스로의 치유 목적이 가장 컸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오롯이 나로 바로설 수 있어 좋았다.


5월의 글쓰기는 조금 더 다르기를 희망해 본다.

내 글에는 나의 세계가 담겨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몰라 찾고 있는데, 글을 통해 생각이 다듬어지길 기대해 본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글의 소비자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나도 글의 생산자가 되고 싶다.

고만고만한 삶의 모습을 지겨워하지 않고, 내 관점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정의 내려보려고 한다.

그 길에 독자분들이 함께 해주시니 진심으로 감사하고, 글을 쓸 수 있음에 또 고마워지는 오늘이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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