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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이 해봐야겠다

5월의 도전일기

by 수풀림 May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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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집착증이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나처럼 미루기 좋아하면서 강박까지 있는 사람들은 종종 해야 할 것들을 숫자에 의존해 최대한 유예하곤 한다.

만약 현재 2시 42분이라면 애매하게 지금부터 무언가를 하지 않고, 최대한 딱 떨어지는 숫자인 3시에 시작한다. 날짜도 마찬가지. 헬스장에 등록하고 싶은데 지금이 17일이라면 조금 더 미루다 다음 달 1일부터 등록하는 식이다.


번아웃과 숫자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 나는, 무기력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숫자 앞에서는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마침 5월이 코앞이라 시작하기 딱 좋은 시기였다.

5월부터 새로이 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성장을 위한 신선한 자극받기였다. 말이 거창해서 그렇지,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작은 시도를 해보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 매일 가는 출근길이 아닌 골목길로 가면서 풍경 변화 보기, 유튜브 알고리즘 벗어나보기, 잘 모르는 사람과 만나보기 등등.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알레 작가님과의 만남이었다.

작가님은 몹시 쓸모 있는 글쓰기 모임의 주최자로, 내가 먼저 한 번 만나자고 얘기한 지 몇 달이 지난 상황이었다. 매일 글을 쓰는 작가님이 궁금해서, 나와 비슷한 성향(예-완벽주의)의 사람에 대한 호기심에서, 그리고 퇴사 선배로서 조언을 듣고 싶어 만나보고 싶었다.

실은 나는 겉으로만 여러 사람들과 잘 지내지, 속으로는 찐친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성향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타고난 성향을 거스르고 작가님과 5월 1일 만남을 약속했다.


만나기 하루 전까지 약속을 취소해야 되나 계속 고민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길이 막힐까 봐, 가족들과 보내야 되는 작가님 시간을 뺏을까 봐, 만나서 할 말이 없으면 어떡하나 등의 쓸데없는 이유로 말이다.

모든 걱정과 불안을 내려놓고 작가님을 만난 순간, 괜히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줌에서 몇 번 봬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보다도 글로 만난 사이라 그랬던 것 같다.

글이란 무엇인가. 나의 생각과 내면을 통째로 드러내고 표현하는 공간 아니던가. 이미 글을 통해 작가님의 삶과 사고방식을 엿본 상태여서 마치 한 사람을 이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바람에, 작가님이 점심 식사를 끝내기 무섭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아니, 점심을 먹는 중에도 질문을 했었던 것 같긴 하다. 하하하.

사실 작가님을 만나기 전 궁금했던 사항 몇 개를 노트에 적어 두었다. 식사 후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때부터는 준비해 온 질문지로 거의 반강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떤 동기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는지 궁금했다. 작가님의 어떤 대답에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또 어떤 답변에는 꼬리를 무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쉽지만 다음 글을 위해 이 내용은 아껴두기로 한다.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말도 안 돼!!! 그냥 질문과 대답 몇 개 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의 대화는 거의 '글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나는 작가님께 고백했다. 누군가와 글쓰기로 이렇게 길게 대화를 해본 것도 처음이고 소위 작가님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처음이라고.

글을 쓰지 않는 가족들과 주변의 동료, 친구들에게 글쓰기로 주제를 꺼내봤자 돌아오는 반응은 비슷하다. 그냥 취미로 글쓰기를 하는가 보다 혹은 우와 멋있다 하지만 나랑은 별로 상관없어 등등.

그런데 진심으로 글쓰기를 대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더욱더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아니, 이 좋은 걸 다른 사람들은 모른단 말이야?라는 마음과 함께.


남편에게 종종 오늘은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했냐 물으면 당연하게도 '자전거 이야기지!'라는 대답을 했다. 그럼 나는 그 대답이 시시해져서 흥 하고 돌아섰는데, 이제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내가 진정 좋아하고 필요한 무언가를 진정성 있게 나누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나는 글쓰기를 내가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것은 작가님들만의 신성한 영역이고 나는 단지 그 글의 소비자일 뿐이라 여겼다.

하지만 글쓰기는 누구나에게 열려 있다. 그리고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더욱 탄력을 받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내적 자신감이 생겨 나의 생각과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데 무서움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날의 나는 작가님과의 만남 덕분에 5월의 글쓰기 동기 부여가 팍팍된 느낌이었다.


아참, 5월의 도전 일기인데 또 글쓰기 예찬론으로 끝내 버릴까 봐 무서워서 덧붙이는 글.

이날 나는 작가님과 글쓰기 삼매경 대화를 마치고, 바로 앞 서울식물원으로 향했다. 개장 소식 이후 가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마음의 저항 때문에 한 번도 찾지 못했던 곳이었다. 집에서 멀기도 하고 사람도 많을까 봐 말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여기가 나에게는 놀이공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이제야 와봤을까 살짝 후회도 되었고. 초록의 싱그러움과 형형색색 꽃들의 향연. 조경과 사람이 어우러진 풍경은 힐링과 즐거움 그 자체였다.


5월의 첫날 도전 치고는 꽤나 괜찮았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두 개나 시도해 봤으니 말이다.

나에게 스스로 특별한 하루를 선물한 기분이었다.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자극을 원한다고 했지만, 그냥 이 시도 자체만으로도 마냥 좋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는 구독자분들이 계시다면, 용기내서 오늘은 작지만 새로운 것을 딱 한개만 시도해보시라고 진심으로 응원 드리고 싶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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