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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Dec 05. 2023

친구들아, 응원할게!

진심으로 너희를 응원하는 마음을 보낸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 A가 오랜만에 새로운 소식을 알렸다.

이번에 코엑스에서 전시회 부스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주말 동안 구경 오라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연달아 또 다른 소식을 전했는데, 같이 어울려 지내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또 다른 단짝 친구 B도 전시회 기간 동안 친구를 만나러 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잠시 공간과 시간을 너머 나 혼자만의 추억여행을 했다.




20년도 훨씬 더 지난 고등학교 입학식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고, 그리고 3년 내내 같이 붙어 다니며 함께했다. 당시 비평준화 고등학교에 들어간 우리는 입시 경쟁에 심하게 시달렸는데, 친구들만이 당시 삶의 유일한 낙이었다.


3년 내내 같은 반 단짝 친구였던 A는 미술을 잘하며 밝고 쾌활한 아이였다.

불안과 걱정이 많던 나를 언제나 웃음으로 무장해제 시켜주는 친구였는데, 입시경쟁 때문에 아쉽게도 좋아했던 미술과는 무관한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지방 유학생 신분으로 같이 하숙을 하던 B와는 매주 한 번씩 방영되는 '사랑과 전쟁' 본방을 사수하며 어른들은 왜 결혼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심지어 고3에도 우리는 사랑과 전쟁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던 것 같다.


우리는 다 같이 자주 어울려 다니며,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했다.

매일같이 반복되던 야자(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땡땡이를 치고 학교 담을 넘어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도 했고, 비 오는 날 학교 운동장에서 미친 사람처럼 소리 지르며 깔깔대며 뛰어다니기도 했다.

시험성적이 안 나오면 노래방에서 고함과 댄스로 서로를 위로했고, 남자친구가 생기면 100일이라고 100원씩 걷어가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같이 낄낄댔다.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 우리는 토요일 오후 코엑스 전시회 부스 앞에서 반갑게 만나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서로를 향해 "너 하나도 안 변했다, 예전이랑 똑같아!"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감탄사의 반은 진심, 반은 거짓이었다.

40대인 우리의 머리칼은 하얀 새치가 섞여 있었으며, 2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눈가의 주름도 훈장처럼 생기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하얀 거짓말은 우리에게 함께 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고 미소 짓게 했으므로, 진심이 담긴 찬사와 다름없었다.


20년 전 모습으로 그녀들을 간직하고 있었던 나의 기억과는 달리, 그녀들은 아니 우리들은 많이 변해 있었다. 그리고 40대에 접어든 그녀들은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해 나를 놀라게 했다.


A는 대학교에서 수학을 복수 전공하고 여러 커리어 방황기 이후 공부방 선생님이 되어, 그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핸드메이드' 창작자이자 사업자의 길을 얼마 전 시작하고, 이번에 전시회까지 참석하게 되었다. 기존에 엄마가 원하던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내려놓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고 지금도 창작자로서 고생은 하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하는 지금이 너무 좋다고 했다.


B는 우리 중 가장 고학력으로 이학박사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하여 집안의 자랑이 되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유일한 지방 국립대 출신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스스로에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본 끝에, 지금 그녀는 종신서원을 끝낸 수녀님이 되었다. 수녀의 길로 들어서길 10년이 넘은 아직까지도 부모님이 반대하시긴 하지만, 종교에 귀의해 환경운동을 하며 수도회 생활을 하는 삶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 주말 친구들을 만나 우선 '감사하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역시 내 친구들이구나.

나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방황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녀들이 진심으로 멋졌다.

친구들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에 감사하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현실과 주위의 환경, 조건 등에 찌들기 마련인 40대의 나이에, 우리는 서로를 순수하게 성장 관점으로 바라보고 따뜻한 말들로 위로하고 격려해 주는 사이여서 감사했다.


친구들을 통해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던 지난 주말이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나도 나답게 살기 위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나답게 살기 위해 계속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책을 읽고 답을 써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위 시선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제2의 인생을 위한 내 친구들의 시도 자체에 큰 박수를 보내며 무한한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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