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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Dec 07. 2023

연말은 방황의 계절

연말특집 삶의 의미 찾기

직장인 사춘기를 겪으며 지내온 10년 남짓한 시간 동안 나는 연말마다 흔들리고 방황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연말이 즐거운 크리스마스로 기억되거나, 그동안 못 보던 지인들과 만나 같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뜻깊은 달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연말로 갈수록 침전했다.


한 해가 끝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

아니, 하나도 한 것 없이 한 해를 그냥 보낸 것 같았고, 작년과 대비해 나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도대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했다.

이렇게 한 해를 끝내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마구 나의 살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는 그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했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찾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시도한 것 같다.



나의 첫 시도는 '심리 상담' 받기였다.

당시 같은 주민센터 중국어 수강생으로 만난 상담사님에게, 우선 상담 가격부터 조심스레 여쭤보고 밖에서 따로 약속을 잡아 만났다. 돈이 없던 시절이라 상담비가 부담되었지만, 너무 절실했기 때문에 나를 위한 투자를 감행했다.


상담사님은 나에게 여러 질문을 하셨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도 내가 힘들다고 털어놓으면 왜 힘든지에 대해 이유를 찾아가는 질문을 차례차례 던지신 것 같다.

상담은 계획과 달리 2회 차만에 끝났다. 아니, 내가 끝냈다.

상담 시간 동안 자꾸 이유를 물어보기만 하고 답을 왜 안 주시는지 이해되지 않고 답답했다.


다음 연도에는 '커리어 상담'을 신청했다.

상담사님은 전업으로 커리어 상담을 하시다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져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투잡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거금 15만 원을 내고 1시간 동안 커리어 상담을 받은 나의 소감은, '별거 아니네'였다.

사실 상담사라는 직업인으로서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만난 것도 있었다.

당시의 나는 지금의 회사만 아니면 다 좋을 것 같다는 꿈이 있었으며, 이직이 안되면 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이분도 나에게, 내가 원하던 명쾌한 대답을 주지 못했다.




두 번의 상담을 받은 이후에도, 매년 연말만 되면 그동안 애써 모른척했던 허무함이 밀려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힘들었던 첫 이직을 끝내고 다음 회사에 입사했던 그 해, '강점진단' 워크숍에 동료들과 같이 참석했다.

나의 강점이라고 들었던 몇 가지 사항들이 이해되지 않았고, 나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해결하고, 조금 더 알고 싶어 또 파고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그때는 연말이었다.

인터넷 강의를 찾아 듣고도 의문이 풀리지 않아 강사님께 개인 상담을 신청했다.

이번에는 강점진단을 바탕으로 한 커리어 상담이었다.

나의 예전과 현재의 커리어에서 강점이 발휘된 순간의 예시를 찾으라는 숙제를 받고 막막했다.

내가 강점이 있는 사람이었나 싶었다. 아니 당연한 건데 이게 뭐가 강점이라고 여기에 적으라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나의 강점 중 하나는 '배움'이었는데, 나는 배움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누구든 가지고 있고 지향하는 하나의 성향이라 생각했다.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면 배워서 하면 되고, 배워서 하다가도 잘 안되면 더 열심히 배우면 되지 이게 왜 강점인가 하는 마음속 저항이 들었다.


그래도 숙제를 하고 상담을 받으며, 이때부터 조금씩 나의 강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나는 배움이 너무 자연스럽고 재미난 일인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어렵고 싫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여태껏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위에 써놓은 상담 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시도했는데 심지어 '사주 보기'도 있었다.

동료들과 반 재미, 반 진지한 마음으로 찾아간 철학원에서는 나의 사주를 바탕으로 나의 과거와 미래를 쫙 펼치며 얘기했다. 신기하기도 재밌기도, 어떤 건 어이없어서 웃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분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얻은 나에 대한 의미 한 가지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나의 강점이었다.

"자기는 지금도 말로 먹고살고 있고, 앞으로도 말로 먹고살 거야"

말로 먹고산다니.... 내가 말을 잘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하다가 우연히 본 사주를 통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아니, 실은 내가 말을 잘한다는 것을 절대 아니라고 부정하다가, 사주를 통해 이것이 내 강점일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받아들인 것이 더 맞는 표현이다.




그다음 시도는  '나에 대한 질문과 답하기' 루틴 과정 신청이었다.

코치님이 내준 그날의 질문에 여러 사람들과 네이버 밴드에서 각자 답을 올리고 댓글을 쓰는 형식이었다.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어려운 질문들이 들어오니 대답하기 괴로웠다.

특히 '회사 명함을 떼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은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야말로 내가 평생 찾아가야 할 숙제라는 걸.

당시 이 질문에 대해 대답을 못한 채로 끝났는데, 이 질문을 받아보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내가 무엇 때문에 연말마다 방황했는지 절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시도 끝 내 인생관을 바꾼 하나의 연말 시도는 바로 '코칭수업받기'였다.

우연한 기회로 코칭에 대한 책을 읽고 나는 그해 연말 코칭수업을 신청했다. 돌이켜보니 나는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내 인생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고 여러 행동을 감행했던 것 같다.

그만큼 방황했고, 괴로웠고, 더 나은 인생의 의미를 찾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나에게 코칭의 세계는 눈이 번쩍 떠질 만 놀라웠다.

코칭의 기본 철학은 '든 사람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필요한 모든 해답은 그 사람 내부에 있다'라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 내가 가진 힘과, 강점과, 가능성을 모두 부인했다.

연말마다 받았던 상담에서, 상담사님이 제발 나에게 인생에 대한 답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했지, 그 답이 나에게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아니, 내가 뭐라고, 나 따위에 그런 답이 있다니 말도 안 되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던 것 같다.




코칭을 공부하고 코칭을 받으며, 그리고 나만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에 대해 조금 이해하고, 나에 대해 믿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면을 단단하게 키우고 있는 지금은, 연말은 이상 방황의 계절이 아니다.


나는 올해 연말을 맞아, 내가 원하는 퓨처셀프를 위해 두 가지를 하고 있다.

하나는, 12월 한 달 동안 매일 하나의 글 브런치에 올리기.

글루틴 과정을 신청해서 열심히 숙제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다른 글감을 통해 나를 조금 더 이해하고 내가 가진 생각을 통찰로 만들고 있다.


두번째는 친한 언니와 2주 동안 진행하는 연말 스페셜 프로젝트 '연말 질문 & 대답하기'이다.

노션을 통해 매일 다른 질문을 올리고, 그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도 이해하고 그 생각이 왜 들었는지 다시 질문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나를 조금 더 알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내가 원하는 미래를 찾아가기 위한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연말은 한해의 나를 돌아보고,  더 좋은 시도에 대한 결심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계절이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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