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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Dec 15. 2023

운전과 회사생활의 공통점

방향에 맞게 끌고 가는 것은 나의 몫

지난주 퇴근하는 운전길, 갑자기 운전과 회사생활은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막히는 도로에서 깜빡이도 안 켜고 내 앞으로 얌체처럼 새치기하는 차에게 화가 나 욕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와, 미친 건가, 오늘 회사에서도 저런 염치없는 인간들 때문에 열받았는데, 도로에서까지 만나야 되다니."


그러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운전과 업무는 많이 닮아 있었다.

오늘은 내가 발견한 그 둘의 공통점을 같이 나누어 보려고 한다.



[운전 vs 회사생활]


1. 초보는 다 어렵다

운전을 처음 배울 때가 생각난다. 

운전학원에서 강사분이 친절하게 알려주시는데도 불구하고, S자 곡선을 도는데 브레이크를 백만 번쯤 밟으며 실수를 계속했다. 이제 실전이라며 도로에 나가서 운전 연수를 할 때도 뒤에서 빵빵대는 차량 때문에 혼이 쏙 빠져,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계속 직진으로만 가다 결국 가평까지 갈뻔했다.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용어는 어려워 이해가 하나도 안 가는데, 팀장님께서 업무를 주시며 내일까지 보고하라고 했다. 아니,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야 일을 하든가 말든가 하지...

선배와 동료들에게 물어가며 밤새 열심히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뭐, 당연히 까였다.


운전이나 업무나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그 처음은 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2. 길을 잘못 들 수 있다.

회사 출장으로 대전을 가는 길, 여유 있게 일찍 출발해 신나는 음악을 켜고 룰루랄라 운전을 하며 가다가 나도 모르게 길을 잘못 들었다. 천성적 길치라 아무리 네비가 있어도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며 땀을 한 바가지 흘린 뒤, 겨우 목적지를 다시 입력하고 찾아갈 수 있었다.


업무는 길을 잃을 수 있는 더 많은 조건이 주어진다. 

동료들과 다 같이 미팅을 하고 나온 직후, 너와 나의 목적지가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까지 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목적지에 대한 이해도도 달랐다. 그리고 길을 가다가 수많은 환경요인 때문에 아주 쉽게 길을 잘못 들게 된다. 


하지만, 운전이나 회사 업무 모두 길을 잘못 들더라도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다면!



3. 건방짐의 시기가 찾아온다.

운전이 슬슬 익숙해지게 되면, 별생각 없이 오디오를 들으며 뒤로 비스듬히 기댄 채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는 생각한다. '운전, 발로도 할 수 있겠네' (사실 운전은 발로 해야 된다 ㅎㅎ)

그리고 앞에서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느릿느릿, 조심조심 가는 차를 보며 혀를 끌끌 차며 경적을 울린다.


회사에서도 온보딩이 끝나고 1년 정도 지나면 이런 시기가 처음으로 찾아오는데, 이제 막 들어온 병아리 신입사원을 보며 '좋을 때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그들에게 선배 노릇을 한다.

3년 차쯤 되면 업무에 대해 이미 권태기가 한 번쯤 찾아오고, 가끔씩 내가 가장 이 업무를 잘 알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시기가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운전이나 업무나 이미 손에 익어 긴장감과 열정이 슬슬 없어지기 시작하고, 내가 최고라는 위험한 생각이 들 수 있다. 



4. 언제나 책임감을 동반한다.

나는 운전이 너무 쉽다 느낀 시기에, 제대로 보지도 않고 옆차선으로 옮기다가 사고가 날뻔한 적이 있다. 다행히 나를 발견한 뒤차가 빵빵하며 나에게 경고를 주어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운전하다가 크게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그리고 운전하다가 길에서 다치거나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날 이후 조심하게 되었다.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최고야 시기의 정점 시절, 업무를 안일하게 생각한 나의 실수로 고객이 손해를 입었다며 회사에 엄청나게 항의를 한 적이 있었다. 

이때 고객은 1억 원어치의 제품을 구매한 상황이었고, 항의 멘트 중 하나는 차값보다 비싼 제품을 샀는데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었다. 

아! 내가 잘못하면 이렇게 여러 사람들에게 많은 손해를 입힐 수도 있구나라는 값비싼 깨달음을 얻고 반성하게 되었다.


회사생활이나 운전이나 결국은 오롯이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책임감의 크기는 동승자, 팀원 등이 많아지면 비례해서 더 커지며, 가끔 책임감이 너무 커져 무거워지면 맨날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른 사람의 업무에 무임승차하고 싶다는 유혹에도 흔들린다.



5. 내가 주도권을 가져야 마음이 편하다.

남편이 나의 운전연수를 해줬을 때 정말 이혼할 뻔했다. 이 남자가 원래 이렇게 잔소리가 심한 남자였나 싶으면서 지금이라도 헤어지는 게 정답 인가까지 생각의 흐름이 이어졌다.

그리고 남편도 같은 생각을 한다. 그가 운전하는 차에 타서 내가 운전 제대로 하라고 잔소리를 하면 치를 떨며 싫어하고 그럴 거면 네가 운전하라 한다.

그에 반해 혼자 다니는 출퇴근길은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내 마음에 드는 음악을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내가 내고 싶은 속도대로 운전을 하면 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무엇보다 내 멋대로 다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주도해서 진행한 업무에 대한 애정도와 위에서 하라고 시켜서 억지로 하는 업무의 만족도는 천지차이이다.

일단 사장님이 긴급건으로 당장 내일까지 하라고 일을 시키면 똥 씹어먹은 표정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나의 우선순위 업무를 다 빼고 그것부터 해야 된다.

하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드라이빙하고 있는 업무를 할 때는 역시나 누가 시킨 게 아니다 보니 똑같이 밤늦게까지 일하더라도 그 시간의 밀도와 느낌은 다르다.

이 둘의 차이는 업무를 끝냈을 때 사장님이 뿌듯한가, 아니면 내가 뿌듯한가로 귀결된다.




그래, 바로 이거였구나!

나는 운전도 업무도 내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구나라는, 나에 대한 인지를 다시금 하게 된다.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맞게 나를 계속 끌고 가는 것도 오롯이 나의 몫이라는 것도.


그리고 혼자만 계속하면 힘들고 외로울 수도 있는 운전과 회사생활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가족과 동료들이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무리해 본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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