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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Jul 09. 2024

팀장과 탐정의 공통점

단어가 헷갈리는 요즘

얼마 전 TV를 보다가 혼자서 폭소하고 말았다. 

프로그램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거기에 나온 자막이 평소 TV에서 보기 힘든 단어였다.

그건 바로 '팀장의 비밀'.

아니, 팀장의 비밀이라니 흥미가 확 올라가며 도대체 무슨 숨겨진 비밀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러나 계속 보는데 뭔가 내용이 이상했다. 팀장이나 회사 모습이 전혀 비치지 않는다. 모자이크 처리된 사람들과 목소리가 변조된 증인들의 모습만 계속 나왔다. 그래서 다시 눈을 비비고 자막을 읽어 보니 팀장의 비밀이 아니라 '탐정의 비결'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다가 이내 박장대소가 터졌다. 어떻게 팀장과 탐정을 헷갈릴 수 있을까. 비밀과 비결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팀장과 탐정은 달라도 너무 다른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이렇게 단어를 잘못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장을 사장으로, 제안을 자유로 읽는 식이다. 영어 단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주로 외국 가전 제품명을 우리 회사 브랜드명으로 바꾸어 읽게 된다. 나중에 잘못 읽었다는 걸 깨닫고는 어처구니가 없어 내가 왜 그랬는지 생각해 봤다. 대외적인 변명은, 단어가 너무 비슷해서이다. 자음은 동일한데 모음이 왼쪽으로 향하는지 혹은 위로 향하는지에 따라 뜻이 달라지기 때문에, 쉽게 헷갈릴 수 있다고 우겨본다. 그러나 속으로 더 들어가 보면, 잘못 읽은 단어들이 내가 요즘 관심 있어하는 주제와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탐정을 팀장으로 잘못 읽은 이후, 요즘 내가 팀장 업무로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왕 엉뚱하게 탐정과 팀장이라는 두 단어가 머릿속에서 뒤섞였으니, 글감이라도 뽑아내보고 싶었다. 과연 이 두 단어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단어일까? 굳이 찾아보자면 어떤 점이 비슷할까?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몇 가지 면에서 유사점이 보인다. 너무 억지스러운가 싶지만, 누군가는 공감해 주시리라 믿으며 소개한다.


1. 추리왕

경험, 지식, 추리력, 직감. 

탐정과 팀장의 공통점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공통된 능력이다. 이들은 경력에서 오는 소위 짬빠(?)로 기가 막히게 추리를 해낸다. 몇 가지 제한된 단서를 찾으면, 그걸로 모든 정황을 꿰맞추며 사건을 풀어내간다. 팀원들이 저 깊숙이 숨겨 놓은 사건사고를 귀신같이 알아챈다. 아무리 꽁꽁 숨겨놔도, 정황증거나 지나가며 누가 던진 몇 가지 말로 추리를 해 결국 자백을 받아낸다. 좋은 점들을 더 많이 찾아내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들이 찾는 것들은 별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어두운 면들이다. 

에잇, 혼날까 봐 일부러 팀장한테 보고 안 한 건데 참 귀신같이 알아챈다.


2. 비밀과 보안 유지

팀장과 탐정은 모두 입이 무거운 사람들이다. 여러 가지 정보를 여기저기서 듣고, 그걸 토대로 일을 하지만 꼭 필요할 때 말고는 그 정보를 발설하지 않아야 한다. 직업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 특히나 팀장의 경우 팀원들이 자신에게만 말한 비밀들을 무겁게 지켜야 한다. 외롭더라도 어쩔 수 없다. 비밀과 보안 유지는 안전한 팀 문화를 위해 팀장이 꼭 지켜야 할 덕목이니 말이다.


3. 투철한 소명 의식

팀장과 탐정 모두 국가 자격증은 없다. 그러나 그 자리를 지키며 일을 하는 것은, 직업에 대한 투철한 소명의식 없이는 불가능하다. 내가 팀장 자리를 원했던 그렇지 않던, 한 팀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기 때문에 때로는 그 무게가 나를 짓누른다. 탐정은 의뢰인이 요청한 사건에 대해, 단서를 하나씩 찾아가며 해결해 나간다. 팀장은 회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상사가 원하는 것과 팀원이 원하는 것을 섬세하게 조율하며 결국 팀의 목표를 이루는 사람들이다.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팀을 위해 열일하는 사람들이 바로 팀장이다.


글을 쓰다 보니, 팀장은 절대 탐정이 돼서는 안 될 것 같다.

사건사고를 다루는 탐정과 달리 팀장은 팀을 책임지고 발전시켜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탐정이 문제를 파헤치는 사람이라면, 팀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팀원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주며 이끌어나가는 사람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팀원의 문제점을 찾을 시간에, 그들의 잘한 점을 하나라도 더 찾아서 칭찬해 주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할 지어니!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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