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무섭지만 멋지긴 하다
주변에 꼭 한 두 명 그런 사람이 있다.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사람. 누가 봐도 그 사람의 활기가 느껴져 눈에 콕 들어오는 사람 말이다. 내 주위에도 별명이 '두 개의 심장'이나 '에너자이저'인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외향성의 성향을 가지고 있고, 목소리 톤도 높고 동작이 경쾌하고 활발하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지만 쉬이 지치지 않는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가장 가까운 예시로는 남편이 떠오르는데, 주말 새벽 6시 동호회 사람들과 자전거 100km를 타고 집에 돌아와 쉴틈도 없이 밖으로 놀러 가자 말한다. 토요일에는 한주 피곤이 몰려와 침대나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있는 나와는 정반대이다. 오히려 쉴 만큼 쉬고 충전한 내가, 그의 에너지를 따라가지 못한다.
지난달에는 외국인 에너자이저를 만났다.
외국계 회사라, 글로벌 본사 사람들이 종종 찾아오는데 그중 한 명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두 명. 그들은 3일 동안 한국을 방문했고, 우리 팀은 그들을 위해 고객사 미팅과 내부 미팅이 적절히 섞인 힘든(?) 일정을 짰다. 밤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아침 7시에 도착하는 일정이라, 호텔에 얼리 체크인을 하고 휴식을 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아침 10시쯤 그들을 데리러 호텔 로비로 가 인사말을 건넸다. 잘 도착해서 잘 쉬었냐고. 40대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은 하이톤의 목소리로 빠르게 대답했다.
"(한국말 의역) 아니, 쉬다니~~~~~~~무슨 소리야! 우리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수영을 하고 조깅을 한 다음에 아침을 먹었어."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밤비행기를 7시간 타고 왔으면 피곤할 법도 한데 오자마자 수영을 했다니. 재차 오늘 일정이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피곤하지 않겠냐, 시차 적응도 해야 되는데 오늘 오후 5시까지 버틸 수 있겠냐라고 물어봤는데, 역시 우문이었다.
그들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첫날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는 우리와 쿨하게 헤어졌다. 호텔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지만, 무거운 노트북 가방을 들고도 서울 시내로 택시를 타고 놀러 갈 거니 걱정 말라고 했다. 그들을 지켜보는 한국팀은 오히려 입이 딱 벌어져 뭐라 대응해야 할지 잘 몰랐다. 보통 외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면 일정 끝난 후 지쳐서 호텔에 가서 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의 바이브는 남달랐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만난 그들은, 어제와 비슷하게 활기차 보였다.
어제저녁 뭘 했는지 물어보니 종로인지 종각인지 가서 시티투어 버스 관광을 하고 한국식으로 저녁까지 먹고 온 것 같다. 그러고 나서 호텔에 돌아와 밤 10시에 하는 콘퍼런스 콜에도 참석했단다. 오늘 아침에는 당연히 수영과 조깅은 빼먹지 않았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다 있다니 하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무튼 이렇게 시작한 둘째 날도 고객과 마라톤 미팅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는 바로 내부 회의. 힘든 일정은 6시가 돼서야 끝났고, 다 같이 회식을 하기 위해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힘들지도 않냐고, 어떻게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냐고. 그들은 본사에서 General Manager, Director의 위치에 있는 소위 하이레벨이었다. 돌려서 물어봤지만, 내가 진정 궁금했던 건 아마 이거였을 것이다.
'하이레벨이면 일정도 엄청 바쁘고, 스트레스받을 일도 나보다 훨씬 많을 텐데, 아니,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높은 에너지를 유지하며 긍정적으로 사는 거야?'
왜냐하면 그들은 그 바쁜 와중에 수영도 하고, 평소 미국에서는 철인삼종, 클라이밍 등을 즐기며 집에서 요리도 매번 해 먹는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나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의 우문에, 그들은 자신의 철학을 공유해 주었다.
빠른 영어라 제대로 이해를 못 했으니, 내 맘대로 해석한 대본을 적어본다.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있어. 그리고 누구나 나는 너무 바쁘고 힘들다고 말하기는 쉬워. 그러나 너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니? 나는 불평에 인생을 낭비하며 우울해지는 것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시도하며 사는 행복을 선택했어. 그게 다야. 즐길 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너도 한번 해봐."
아유, 정말.... 부끄러워진다.
그동안 힘들고 피곤하다 불평하며 침대 속에 파묻혀 살던 나 자신이. 그들은 높은 에너지로 자신들의 개인적인 즐거움을 추구할 뿐 아니라, 고객과의 미팅도 엄청 열심히 참여했다. 그들을 이상하게 여기며 부러워만 했지,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 선을 그었던 것 같다.
그들의 대답을 들으니 내 안에서 작은 무언가가 꿈틀 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누구나 받는 스트레스,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나의 의지에 달렸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누가 이렇게 콕 집어주니 명쾌하다. 청량한 사이다를 마신 것 같은 상쾌함.
이번주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큰 행사에 참석한다. 우리 팀에서 준비할 것도 많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행사라 신경 쓰느냐 요즘 힘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먹어본다. 나도 내 안의 긍정 에너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운을 팍팍 주는 사람이고 싶다고. 아니, 나 스스로에게 웃으며, 너는 할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이고 싶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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