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풀림 Jun 20. 2024

초보 팀장을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 질문들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 보는 시간

조직은 살아 움직인다. 누군가는 입사하고, 누군가는 이직을 하며, 또 누군가는 원치 않는 부서 이동을 하기도 한다. 사회의 변화에 맞춰 회사도 개인도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회사원으로 산지 17년 차, 수없이 많은 조직의 변화를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적응될만하면 한 번씩 들려오는 인사이동 소식은, 회사 생활에 작던 크던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다들 귀를 쫑긋 세운다. 연차가 쌓이고 승진을 하면 이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나 역시 나의 의지와는 크게 상관없이 최근 한 명의 팀원을 떠나보내고 두 명의 새로운 팀원을 맞이했다. 새로 팀이 만들어졌지만 정신없이 몰려오는 각자의 업무와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팀회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 팀원들이나 팀장인 나나, 개인적으로 친해질 시간 혹은 업무적으로 많이 논의할 시간 없이 개인 플레이어처럼 살아왔던 것 같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상반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팀 워크숍을 핑계로 모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날짜를 잡았다. 


막상 워크숍이라고 날만 정해 놓고 전날 밤까지 야근을 하다 보니 다음날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었다. 각자의 팀 내 주요 역할을 얘기하고, 어떤 부분을 협력할지 논의해보자라고 대 주제를 던졌지만 왠지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원래는 우리 팀이 어떤 팀인지 정의하고 부서 내에서 제대로 된 포지셔닝을 하기 위해 워크숍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이 주제 자체가 아니라, 그걸 논의하기 위한 밑바탕이었다. 

아직 같은 팀으로 엮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팀원들과 1:1 미팅을 하며 그들을 알아가고 있었지만, 팀원들끼리는 서로 엮일 일이 많지 않아 알아갈 기회가 없었다. 


야근을 잠깐 멈추고 인터넷과 유튜브로 '아이스 브레이킹'에 대해 검색을 시작했다. 아이스 브레이킹이란 단어 뜻 그대로 꽝꽝 얼어 있는 얼음을 녹이듯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것이다. 처음 만난 사이는 아니지만 아직 서로를 탐색할만한 시간이 없었던 우리 팀에게 아이스 브레이킹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긴장을 풀 수 있는 가벼운 것들로 시작해야 뒤의 논의가 술술 풀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스 브레이킹 게임, 유머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중 '아이스 브레이킹 질문'을 선택했다. 팀장이자 퍼실리테이터인 내가 다른 것들을 소화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규모 팀이기 때문에 단체 게임을 할 수도 없었고, 거창한 자료를 준비하기에는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들을 급하게 PPT에 옮겨 적고 다음 날을 맞이했다. 


워크숍이지만 밖에 나갈 여유가 없었던 우리 팀은 불쌍하게도 회사 회의실에 앉아 세션을 시작했다. 고객과 미팅하다가 급하게 달려온 팀원도 있었고, 다른 부서에서 당장 오늘까지 자료를 요청해 정신없어 보이는 팀원도 있었다. 노트북은 필수품이라 책상에 항상 올려져 있으나 모두의 집중을 위해 노트북부터 닫고 앞의 화면을 봐달라 요청했다. 각자의 팀 내 역할을 정리해오라는 숙제를 받은 팀원들은, 워크숍을 시작하자마자 당연히 발표부터 할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의를 요청한 화면 속 나의 질문을 보고 의아해했다. 


"각자의 스마트폰에서 오늘의 내 기분을 잘 나타내는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세요"


내가 한 시간의 폭풍 검색을 통해 찾아낸 첫 번째 아이스 브레이킹 질문은 바로 서로의 기분 묻기였다. 세상엔 고수들이 왜 이리 많던지 각종 질문들이 상황에 맞게 자세히도 정리되어 있었다. 가볍게 던지지만 결코 의미는 가볍지 않은 질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 위의 질문은 나의 사진첩에 어떤 사진이 저장되어 있는지, 그리고 요즘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두 개를 알 수 있는 좋은 질문이라 생각되어 던져봤다. 만약 사진첩에 내 기분을 표현하는 사진이 없다면, 인터넷을 활용해도 된다고 알려주었다. 

질문을 받고 당황했던 것도 잠시, 다들 열심히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심사숙고했던 팀원부터 사진을 공유하고 그 이유를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제가 고른 캐릭터는, 저의 요즘 정신없는 기분을 나타내주는 같아 골라봤어요"

애니메이션 캐릭터라 원래는 반짝이는 눈이 하이라이트인데, 이번에는 반쯤 감긴 눈이 재미나게 표현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첫 시작부터 모두 빵빵 웃음을 터뜨렸다. 이 캐릭터의 반전 모습은 처음이기도 했고, 그 사진을 고른 팀원의 이미지와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이런저런 일들이 촉박하게 쏟아지는데, 소화할 시간도 없이 타임라인에 쫓겨 일하다 보니 정신이 없다고 설명한다. 주위에선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들 공감해 주었다. 

이어서 다른 팀원은 최근 다녀온 여행지의 폭포 사진을 보여주며 업무에서 답답함이 폭포처럼 시원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각자의 사진첩에 담긴 사진을 보며 잘 찍었다고 감탄하기도 하고, 각자가 가진 기분에 대한 생각을 열심히 다들 경청해 주었다. 서로 궁금한 것들은 질문하면서 탐색의 시간을 늘려갔다.


이번 워크숍을 위해 준비한 질문은 총 7가지였다. 여기에 간단히 소개해본다.


나에 대한 두 가지 진실과 한 가지 거짓을 써주세요 (다른 사람들은 무엇이 거짓인지 맞춰야 한다)
스마트폰에서 3개 앱을 제외한 나머지 앱을 다 지워야 한다면 어떤 앱을 남겨둘 것인가요?
억지로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서 자주 혹은 매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1년 안에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 3가지를 고른다면?
동료를 가장 잘 나타내는 별명을 골라주세요


아이스 브레이킹을 목적으로 가볍게 30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시작했지만, 결국 7가지의 질문을 소화하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 회사에서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본다고 했던 팀원의 당황한 모습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친해서 같이 밥이나 술을 먹더라도 절대 이런 질문은 서로 하지 않을 것이다. 쉽사리 답을 적지 못해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답을 더 잘 적고 싶어 고민을 다들 하는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일을 할 때와는 다르게 농담도 섞어가며 각자가 내놓은 자신만의 답을 듣고 더 알아가다 보니, 조금씩 상대방에 대해 열린 마음이 되는 것을 느꼈다. 

서로 잘 모르던 모습들이 답에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나는 팀원들을 오랫동안 알고 지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절대 하나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을 다시 얻었다. 소개해주고 싶었던 재미나고 한편으로는 슬픈 답변들이 굉장히 많지만, 지면이 짧아 아쉽다.


초보 팀장님이라면, 이제 막 팀원들을 받아 팀워크를 다지고 팀빌딩을 하고 싶으신 팀장님이라면, '아이스 브레이킹'을 꼭 해보시라고 추천드린다. 위의 질문은 예시였지만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크게 되었다. 누가 생각했는지 몰라도 정말 좋은 질문이라 칭찬해드리고 싶다. ㅎㅎㅎ

그리고 아무리 좋은 질문이라도 대답을 할 때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 딴청을 피운다거나 대충 흘려듣지 말고, 귀담아 들었다가 다시 이어지는 질문을 하면 관심도가 더 올라갈 것이다. 적극적 경청이랄까?

이번 아이스 브레이킹을 통해 정말 사람들은 각양각색,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을 느꼈다. 반면 또 어떤 점은 공통점이 있어 서로 묶이기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예정했던 워크숍 어젠다는 다 끝내지 못했지만, 공통의 이해라는 발걸음을 이제 막 내딛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매거진의 이전글 숟가락 좀 그만 얹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