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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Jun 24. 2024

회의 시간에는 금물! 멀티 태스킹

제발 집중 좀 해주세요!

우리 회사는 회의가 정말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시스템과 명확한 각자의 역할 부재가 아닐까 싶다.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각자 맡은 일이 잘 나눠져 있다며 좋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회의를 통해 각자의 역할을 서로 규정하고 타임라인을 합의한다. 또한 계속된 합병으로 시스템 단일화가 되지 않아 이를 사람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시스템 대신 사람이 개입해 하나씩 수동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무슨 이유던 간에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사유로 회의가 없으면 업무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주간회의, 매출 보고회의, 프로젝트 정기회의, 타 부서와 업무 파악을 위한 회의, 업무 공유를 위한 회의 등 회의의 종류도 많고 빈도수도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주 있는 회의 시간의 풍경은 어떤가.

회의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노트북' 지참은 필수이다. 노트북으로 회의에 필요한 발표 자료를 공유하기도 하고, 회의록을 작성하기 때문이다. 각자 발표 시간에 자신의 노트북으로 화면을 연결하여 자료를 보여주는 것이 당연해졌다. 게다가 요즘은 정보의 빠른 저장과 공유를 위해 다이어리에 펜으로 쓰는 대신 대부분 디지털 기록으로 남긴다.

그러나 회의 시간의 필수 아이템인 노트북은 종종 제 목적 대신 다른 목적으로 더 많이 쓰인다.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못다 한 업무를 마저 하거나, 다른 동료들과 급하게 메신저로 소통을 하는 목적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발표하거나 얘기할 때 각자의 노트북을 쳐다보며 딴짓을 하는 것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비단 노트북뿐만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사용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수시로 울려대는 스마트폰 알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책상에 올려놓은 상태로 회의를 할 수밖에 없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현대인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특히나 회사원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업무에만 집중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간 계획을 짜놓고 A라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상사의 한마디 때문에 B라는 업무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해진다. B를 최우선으로 하다가도 고객사에서 C 문제로 이슈가 생기면 A, B, C 세 가지의 업무 사이에서 저글링을 해야 한다. 공을 한 개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애를 쓰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한 주제로 진행하는 회의를 위해 모이더라도 각자가 가진 여러 가지 업무의 범위와 우선순위 때문에 집중이 힘들다. 회의 주제는 D인데, 내가 불과 한 시간 전까지 B 업무를 하다가 참석한 경우라면? 게다가 B 업무를 급하게 내일까지 완성해야 한다면, D 업무를 위한 브레인스토밍에 활발히 참가할 수 있을까 싶다. 그래서 잠깐 D 주제로 아이디어를 내며 말하다가, 누가 메신저로 B 업무 진행상황에 대해 물어보면 답도 하다가, 얼마 남지 않은 마감시간을 확인하느냐 스마트폰 시계도 쳐다본다.


하지만 회의는 그야말로 '여럿이 모여' 의논하는 자리이다.

하나의 주제로 여럿이 모여 더 나은 방향으로 업무를 하기 위해 모인 자리이므로,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서는 회의에 오롯이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의에 참석한 모두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 멀티태스킹을 하느냐 회의 주제에 집중하지 못하면, 결국 회의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어떤 참석자는 D 안건에 대해 물어보면 딴짓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엉뚱하게 A 안건에 대해 대답하기도 한다. 회의 주최자와 같이 참석한 사람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다. 이럴 바에는 그냥 이 주제에 대해 이메일로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으면 된다.

모두의 시간과 노력을 써서 모인 만큼, 회의 시간에는 멀티태스킹을 자제하면 좋겠다. 그래야만 회의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공유를 하고, 의견 합의를 이루며, 방향성을 정하는 회의의 최종 목적 말이다.


예전에 봤던 오피스 드라마에서 회의 참석자의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 모두의 스마트폰을 탁자 가운데 놓고 확인하지 않는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만약 우리 회사의 회의 시간 동안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못 쓰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봤지만 잘 그려지지 않는다. 회의의 주최자이자 참석자로서, 딴짓을 계속하는 참석자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설정에 깊이 공감되었다. 오죽하면 저렇게까지 했을까 싶어서다.

우리 회사만 그렇지는 않은지, 이미 많은 고민을 거쳐 회의 문화를 만든 기업들도 여럿이었다. 짧고 굵게, 회의 대신 문서로, 사전 준비 철저, PPT 사용 금지 등 다양한 그들만의 원칙을 만들었다. 


회의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려면 주최자와 참석자 모두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우선 주최자는 회의의 목적을 뚜렷이 하여 사전에 공유하고, 회의를 위한 정보 공유, 사전 준비 등을 확실히 해야 한다. 의견을 자유롭게 내도록 유도하고 회의 시간을 지키는 것도 필수이다. 무엇보다도 이 회의가 꼭 필요한 것인지 점검을 해보자. 참석자들이 딴짓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요 없는 회의라는 것이 하나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나의 의견이나 참여가 필요 없는 회의라면 누가 이런 회의에 들어오고 싶겠는가. 언론사에서 예전에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반 정도가 회의 자체가 쓸모없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 주최자들은 회의의 효용성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너무 자주 있는 회의에 지치지 않도록 회의 주기도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참석자들은 회의에 오기 전, 최소한 회의가 어떤 내용이고 내가 어떤 의견을 내야 할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참석했더라도, 회의 시간에는 멀티태스킹을 멈추고 집중해 보자. 내 시간이 소중한 만큼 동료의 시간도 소중하다. 회의란 사실 여러 이해 관계자들 간의 복잡한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참석자들이 집중을 해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결말이 흘러갈 것이다. 


모두 '바쁘다 바빠'를 외치는 요즘이다.

사실 회의는 안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모두가 바쁜 상황에서 회의를 대하는 차선책은 바로 '집중해서 빨리 끝내기'가 아닐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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