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풀림 Jul 15. 2024

남의 떡은 원래 더 커 보인다

나의 성장에 집중하는 삶이 필요하다

지난주는 전시로 시작해 전시로 끝난 한 주였다.

우리 부서에서 참석하는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콘퍼런스와 전시 부스 준비를 오랫동안 진행해 왔다. 부스는 행사장 입구 가장 목이 좋은 곳에 위치했고, 8 부스로 규모가 매우 컸기 때문에 준비할 사항들도 많았다. 부스 디자인, 타 부서와의 업무 조율, 전시품 선정 및 배송 등의 업무 등이었다. 몇 일간의 짧은 전시를 위해 몇 달을 준비하고 빠진 사항이 없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백조가 물에 우아하게 떠있으려면 열심히 헤엄쳐야 하는 것처럼, 전시회 뒤의 풍경은 분주하고 바빴다.


아무튼 오랫동안 철저하게 준비했던 행사이다. 아니, 적어도 철저하게 준비했다 생각했다.

그런데 행사 전날 전시장에 도착해 부스가 만들어지는 광경부터 다시 보니, 아뿔싸, 몇 가지 빠진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부스의 전체 디자인과 기획은 잘했는데 가장 중요한 전시품을 빼먹기도 하고, 욕심내서 제작한 대형화면에 들어갈 동영상이 깨지기도 했다. 당장 내일이 행사일이라 과연 시간 내에 해결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즉석에서 수정 가능한 것들은 바로 고치고 대책을 마련했는데, 나머지는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몇 가지 작은 실수로 오랜 기간 준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하니 허망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잠시 숨을 고르고 옆을 둘러보았다.

워낙 큰 행사라 우리 말고도 많은 회사들이 전시회에 참가했다. 가장 큰 경쟁사 A와 B는 우리 부스를 기준으로 바로 양옆에 위치했다. 아직 사람들이 뜸한 시간이라 스파이 모드를 켜고 경쟁사 부스를 기웃거렸다. 이번 콘셉트는 무엇인지, 무슨 제품을 주로 전시하고 홍보하는지, 부스 디자인은 어떻게 했는지 등등을 염탐했다. A는 전시품과 잘 맞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 같고, B는 그동안 한 번도 못 봤던 느낌이라 참신하다. 조금 더 안쪽으로 가 C, D를 비롯해 다른 회사의 전시 부스를 보니 브랜딩도 좋고 콘셉트도 잘 잡은 것 같아 보인다. 그런 생각이 들자, 우리 부서에서 준비한 부스가 살짝 아쉬워진다. 왜 저기처럼 못했을까, 이 부분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을 텐데 등등 부러움과 질투심이 섞인 마음이다.


드디어 행사 당일날, 몰려드는 인파로 정신이 없다.

신기한 건 인파의 대부분은 고객이기도 하지만 경쟁사나 기존 다니던 회사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경력직으로 이루어진 우리 회사 사람들은, 보통 고객사나 경쟁사에 다니다가 이직한 분들이다. 고객에게 열심히 우리 제품을 설명해 주다가도, 전 직장 동료나 경쟁사 사람들이 부스에 방문하면 잠시나마 네트워킹의 장이 펼쳐진다. 간단한 안부인사를 건네다가, 서로의 주력 제품이 궁금해지면 각자 부스에서 자기 제품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교류를 하다가 깊은 얘기까지 넘어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너네 회사는 요즘 어때? 우리는 매출도 안 좋고 시장도 안 좋아서 정말 죽을 맛이야."

우리 회사만 그런가 싶어 물어보면 백이면 백, 자기네 회사가 더 힘들다고 답한다. 연봉도 짜고, 복지도 안 좋고, 올해 인센티브는 글렀고, 탈출각을 재고 있다고 한다. 서로 너네 회사 자리 없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회사가 최악이니 절대 오지 말라는 답변도 덧붙이며 말이다.


이 전시회를 나간 동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준다.

옆 부스에 갔더니 이런 건 잘했더라, 경쟁사는 이렇다더라 등등의 시장 동향을 겸한 경쟁사 이야기이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나와 몇몇 동료들이 잘했다고 칭찬했던 경쟁사 A 사람들이 우리 부스를 보고 자기네들도 내년에는 저렇게 해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A 회사 스스로는 자신들이 전시를 더 못했고, 우리가 더 낫다고 했단다. A 회사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B도, C도 그렇다고 한다.

그 사실을 모른 채 나를 포함 우리 회사 사람들은 반대로 그들의 부스에 놀러 가서 여기 왜 이렇게 잘했냐고 부러움 섞인 칭찬의 말을 건네고 왔는데...

우리 부스는 아쉬운 점이 먼저 보이고, 남의 부스는 잘한 점이 가장 먼저 보였기 때문에 그랬나 보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머릿속에 이 속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분명 내가 속한 집단보다 남의 집단이 객관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만나본 그 '남'은 내가 속한 집단이 더 좋다고 말한다. 이건 뭔가 모순 아닌가. 그럼 여기도 저기도 객관적으로 더 나은 곳은 없다는 뜻인가?

그러나 이는 위의 속담 한마디로 정리될 수 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것이 커 보인다는 뜻의 속담 말이다.


비단 내가 속한 회사뿐만이 아니다.

SNS를 보면 다들 왜 이리 나 빼고 다 잘 나가는 건지. 해외여행, 명품백, 호캉스, 욜로, 퇴사 등 멋지게 살고 있는 모습이 계속 보인다. 어디 개인뿐이랴. 외국의 멋진 해변의 풍경과 실리콘 밸리의 고액 연봉을 보면 우리나라가 아니라 저기에서 태어났어야 된다고 아쉬워한다. 

그러나 명심하자. 같은 크기의 떡을 받았더라도, 남의 떡은 원래 더 커 보인다는 사실을.

SNS에서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뒤에서는 우울증을 앓으며 힘들게 살 수도 있고, 멋진 해변을 가진 외국 도시에는 인터넷이 잘 안돼서 답답할 수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인데, 우리 회사가 최악인 줄 알고 이직을 했다가 더 안 좋은 경험을 하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퇴사 후의 삶은 멋져 보이지만 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현실은 다를 수 있다 대답한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세계의 법칙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이 세계의 법칙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원래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것이 더 좋아 보이는 만큼 내가 가진 것을 먼저 바라봐야겠다. 내가 가진 고유함과 강점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나의 어떤 부분을 인정해 주고 칭찬하는가 찾아보자. 분명 나는 못 느낄지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부분이 부러움과 감탄을 자아내는 포인트리라.

두 번째는 남이 가진 것을 무턱대고 부러워하거나 시기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들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 뒤에서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해왔을 테고, 그 노력의 시간이 쌓여 그러한 모습이 만들어졌을 테니 말이다. 결론은, 내가 가진 것과 나의 가능성을 먼저 인정해 주고 감사해 주어야 건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남이 아닌 나에게 초점을 맞추자. 나 자신뿐 아니라 내가 속한 집단과 내가 은연중에 누리고 있는 혜택을 돌아보자.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을 바꾸는 변화는, 질문으로부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