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은 하나더라
-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
여태껏 수없이 많이 듣고 살아온,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이 문장을 절로 곱씹는 요즘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코로나로, 감기로, 아파하는 것을 보며 안타깝다 생각만 했는데 내 얘기가 될 줄은 몰랐다. 건강하던 남편이 그렇게 좋아하는 자전거를 못 타고 집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는 걱정되는 한편 약간 쌤통이다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막상 내 차례가 되니 아구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
고무줄 바지를 입고 외출한 어느 날 이후부터 이상하게 배에 닿은 그 부분이 살살 아파왔다. 과식으로 요즘 더 기세 등등 하게 올라온 뱃살이 고무줄에 끼어 그런가 보다 싶었다. 결심만 하고 못했던 샐러드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증상이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멍이 든 자리를 하루 이틀 있다가 눌러봤을 때 느껴지는, 슬쩍슬쩍 시린 감각이랄까? 약간 이상하긴 했지만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보니, 금세 잊고 바쁜 일상에 다시 휩쓸리며 지냈다.
그러나 가벼운 몸살 기운이 전신을 강타하는 감기로 발전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목이 따끔거리다가 자고 일어나니 증상이 하나씩 추가되었다. 콧물이 나기 시작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스크를 쓰고 간신히 출근은 했지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조퇴를 하고 집으로 오자마자 침대와 한 몸이 되었다. 이번 주까지 끝내야 할 회사 일들은 너무나 많았지만, 병 앞에서는 장사 없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자고 쉬면서 빨리 이 고통이 없어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제발 기침이 멎어서 밤에 깨지 않고 잘 수 있기를 바랐고, 두통이 없어져 똑바로 앉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입이 아닌 코로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남들은 휴가라고 놀러를 가는 이 시즌에, 난 사무실에 앉아 일만 했기 때문에 며칠 쉬고 싶었다.
눈치를 보며 언제 휴가를 낼까 계산만 하고 있었는데 휴가의 기회가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남편 몰래 연차를 내고 혼자 뭘 하면 완벽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했었는데...
아프니까 다 소용없었다.
그냥 아프기만 했다. 아파서 모든 게 마비가 되었달까. 오랜만에 시간이 났으니 책 좀 봐야지라는 생각은 참 어리석었고, 스마트폰조차도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돌 씹는 느낌이 났고 심지어 먹고 싶지도 않았다. 모든 게 다 성가시게 느껴져 아무 의욕이 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고통은 무력을 동반했다.
누워서 며칠을 보낸 뒤 들었던 두 가지 생각이 있다.
우선은 깊은 뉘우침. 정신력으로 몸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병상에 누워계신 분들의 고통을 미약하게나마 체험하면서, 그분들이 삶의 의욕을 다시 가지려면 건강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시면서 몸의 아픔을 극복하시는 분들은 진정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나는 조금만 아파도 엄살을 달고 사는데, 지금 이 시간에도 병원에 계신 환자분들 생각하니 절로 엄숙해진다. 아파봐야 알 수 있는 세상이 있다. 남의 아픔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던 나를 반성해 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두 번째는 건강에 대한 소중함이다.
식상하기 짝이 없던 '건강'이라는 단어는, 어리석게도 그것을 잃었을 때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다. 더 이상 머리가 아프지 않고, 말할 때마다 나오던 기침이 멎으니 다시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지고, 몸이 회복되니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꼭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건강하게 살 동기가 부여된 느낌이다.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정신으로 살면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이루리라.
건강검진 결과 나올 때만 반짝 정신 차리다가, 이렇게 크게 아플 때만 느끼다가 자연스레 다시 몸을 혹사시키는 짓은 이제 그만해야지.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 몸이 원하는 것들을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오늘도 괜히 서사가 엄청 길어진 느낌이다.
아무튼 결론은, 몸과 마음은 하나이다! 여름철 감기는 걸리면 고생이니 무조건 건강 잘 챙기시라고 독자님들께 당부드리고 싶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