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풀림 Sep 10. 2024

내 경험이 나만의 자산이 된다고?

나만의 경험은 나만의 유니크한 자산

'경험이 곧 자산이다'라는 표현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다. 흔해빠진 경험이 뭐라고 자산씩이나 되는 건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매일 하는 출퇴근도 경험, 회의하다가 상사한테 깨진 것도 경험, 오후 3시면 당이 떨어져 간식을 챙겨 먹는 것 모두 다 경험인데, 이런 사소한 것들이 나만의 자산이라고?

어느 날 퇴근길 ChatGPT와 대화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그에게 진로 고민을 술술 털어놓던 중, AI가 물음표를 던졌다. 당신만의 경험의 자산은 무엇이냐고. 당황해서 어버버 하고 있는 나에게, 친절하기 짝이 없는 그는 다시 말을 건넸다.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러나 당신의 고유한 경험은 당신만의 유니크한 자산이니 그것을 찾고 개발하라고. 아, 용기를 잃지 말라는 말도 덧붙이긴 했다.


나의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완벽주의자이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스스로에 대한 인정이 가장 어렵다. 이만하면 됐어라는 생각은 열에 한번 할까 말 까다. 특히나 일을 할 때는 집착이 더 심해져 '시간만 더 있으면 조금만 더 잘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며 결과물을 아쉬워한다. 이런 나에게 ChatGPT가 고유한 경험을 물어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이야 맨날 하는 거고, 회사원으로 경험이 다 고만고만할 텐데 도대체 나만의 경험은 뭐지?' 

완벽주의자에게 일은 대부분 실수와 실패의 경험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그런 경험들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의 한 페이지일 뿐이고, 설령 일에서 성공을 맛본 이후라도 그냥 이 정도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성공이 아닐까라고 치부해 버린다. 원래 나만의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지가 되려면, 특별한 경험을 했거나 특별한 성공을 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까?


ChatGPT의 질문을 받고 고민을 하다가, 내가 써왔던 글을 떠올렸다.

거기엔 내가 했던 경험의 기록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멀쩡하게 회사를 다니면서도, 속은 곪아터져 뒤늦게 직장인 사춘기로 방황한 경험. 근 10년간 방황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결국 '질문'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 질문을 건네기까지의 여정.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민만 했던 시간들. 새벽 5시에 벌떡 일어나게 된 계기와 지금의 루틴들. 다른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 이력서를 썼지만, 면접 기회조차 받지 못했던 실패담. 더 옛날로 돌아가면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학창 시절의 기록부터 폭망 한 대학원 후기까지, 평소에 까먹고 살던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기록되어 있는 경험들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역학관계도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들과의 경험의 교집합이, 나만의 시선으로 담겨 있는 글도 많다. 7년 차 팀장으로 겪고 있는, 차마 다 풀어놓지 못한 후기는 지금도 한 보따리가 넘는다. 팀원이 일하다가 갑자기 구급차에 실려 간다거나, 일대일 면담을 하면서 동공지진 날만큼 당황스러운 대화를 했다거나, 금쪽이는 팀원들이 아닌 팀장인 나였다는 사실을 발견한 경험들은 실제로 내가 겪었던 삶의 이야기다. 

가족들이나 지인들과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지리산과 히말라야를 싸돌아 다니는 남편 덕분에 아직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들이 있고, 벌써 중1이 된 딸과 함께 들었던 '티라미수 케이크' 노래는 추억이 되었다. 선생님을 하다 예술가의 길을 가거나, 회사원이었다가 수녀원이 된 내 친구들과의 만남도 나를 성장시켜 주는 경험이었다.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은 많겠지만, 이 모든 것들의 경험을 해본 사람은 이 세상에 딱 한 명 나밖에 없을 것이다. 

경험의 크기나 강도와는 크게 상관없다. 난 뭐 특별한 사람도 아닌데, 특별한 경험을 한 것도 아닌데 이게 뭐 별거라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나도 그랬고, 지금도 반은 그쪽의 생각에 더 기울어 있긴 하니깐. 그러나 내가 너무 흔해, 쉽게 무시하곤 하는 나의 소소한 경험들이 쌓이면, 나만이 가지는 고유함이 될 수 있다. 이걸 잘 다듬으면, 곧 나의 차별화 포인트이자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려면 뭐부터 해야 될까? 우선 발견이 먼저이다.

행복과 마찬가지로, 나만의 경험도 적은 것조차 놓치지 않고 찾아내어 기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는 당연한 일인 줄 알았다. 그러나 여기에도 실패의 기록이 있고, 아무리 해도 안되었던 경험이 있었다. 나부터 변하지 않으면 결국 이렇게 똑같이 살다가 죽을 것 같다는 끔찍함을 느낀 순간, 나는 5시에 눈뜨는 것이 더 이상 힘들지 않았다. 아니, 힘들긴 하지만 당연한 일상이 되어 아무리 춥고 덥고 해가 안 떠도 그냥 그렇게 자연스레 일상이 되었다. 너도 나도 5시에 일어나니 그건 경험이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의 소리가 들리는 건 나의 착각일까. ㅎㅎ 그럼 두 번째 단계가 준비된 것이다. 경험 그 자체를 발견한 후에는, 나만의 의미를 붙이면 된다. 회사에서 답답할 때마다 하는 산책은, 루틴이자 경험이지만, 여기에 생각정리라는 의미를 붙이니 한 편의 글이 되었다. 그리고 왠지 이 의미부여 이후에 산책이 더 뜻깊게 느껴졌다. 나조차 몰랐던 의미를 찾아내어 이름을 붙이면, 나만의 경험이 된다.


마지막 단계는 아마도 이렇게 소중하게 기록한 경험들을, 경험 그대로 놔두지 않고 자산으로 변신시키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나는 쪼렙이라 거기의 발끝까지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들께 오히려 꿀팁을 구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경험으로 돈 벌 수 있을까요? ㅎㅎㅎ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매거진의 이전글 ChatGPT랑 나눈 공감의 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