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 vs 본짓
2023년 나의 가장 큰 관심 주제 중 하나는 바로 '내가 원하는 미래의 삶'이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는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이를 위해 지금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많다.
얼마 전부터 '초집중' - Indistractable/by Nir Eyal -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내가 고민하던 부분에 대해 시간 관리의 관점으로 잘 설명해 준 부분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원하는 삶을 살려면 바른 행동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나를 탈선시키는 나쁜 행동을 끊어야 한다고 한다. 바른 행동과 나쁜 행동을, 내가 원하는 일인 '본짓'과 그 본짓을 방해하는 '딴짓'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1부에서는 딴짓이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internal trigger를 알아차리는 것, 2부에서는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일, 마지막 3-4부에서는 생산성을 해치는 외부 계기와 초집중을 위한 사전 조치에 대해 설명한다.
딴짓 때문에 시간이 낭비된다면
시간 관리는 곧 고통 관리다
책 도입부에 서술된 이 문장을 보고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실 나는 딴짓을 정말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딴짓을 하고 나서, 아니 심지어 하는 중에도 허무함과 죄책감을 느낀다.
생산성 있는 딴짓이라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본짓을 회피하기 위한 딴짓이다.
그러니 딴짓을 하면서, 지금 내가 이 딴짓 때문에 낭비되는 시간이 아깝지만 멈추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딴짓을 하는가?
작가인 니르 이얄은 가장 큰 계기가 바로 스마트폰도, 이메일 알람도 아닌 각자가 가진 내부 계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그리고 딴짓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내가 하는 딴짓과 그 계기를 기록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나도 이 글을 빌어 나의 딴짓을 고백해 본다.
- OTT 시청하기 : 주로 출근 준비를 할 때나 저녁에 설거지, 샤워등을 할 때 시청함. 어차피 일상적인 지루한 일을 할 동안이라도 재미있는 컨텐츠로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청하나, 결국은 재미 중독으로 끝남. 자꾸 더 보고 싶어 져 다른 것을 집중하는 시간을 갉아먹게 됨.
- 잠자기 : 머리 아픈 일이나 큰일이 주어지면 나도 모르게 잠이 옴. 대학원 시절부터 스트레스의 방어기제로 잠자기를 선택해 왔음. 블랙아웃과 같은 느낌.
- 주변 정리하기 : 책상에서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자꾸 주변으로 시선이 가고 더럽다고 느껴짐. 만약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다면 그 옆에 있는 책꽂이나 서랍 등까지 확장하며 굳이 찾아서 정리함.
- 화장실 가기 : 방금 전 갔다 왔는데도 자꾸 화장실이 가고 싶음. 지금 하는 일로부터 어떻게든 합리적이고 정당하게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보임.
- 검색하기 : 주로 회사 업무나 글을 쓰다가 많이 하는 딴짓으로, 관련된 자료를 찾아본다는 핑계로 결국은 쓸데없는 것들을 검색하다가 시간을 보내곤 함.
- 생각 미루기 : 주의 깊게 집중하여 지금 고민해야 하는 문제나 과제가 있을 때, 그 고민과 생각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 생각해서 일단 미룸.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알아서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함.
- 오지랖 부리기 : 굳이 내가 듣지 않아도 되는 '카더라' 소문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의 인생과 이슈에 관여하려고 함. 지금의 내 문제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다른 사람 핑계를 댐.
며칠간 나의 딴짓에 대해 생각날 때마다 메모해 놓고 지금 글에 적어보니, 생각보다 많다.
사실 이것보다 목록이 더 많은데, 미처 다 옮기지 못했다.
여기에서 얘기하는 딴짓의 핵심은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고, 이 때문에 시간이 낭비된다 느끼는 것이다.
만약 내가 게임을 좋아하고 그것으로 정말 스트레스를 잘 풀고 여가를 누렸다고 생각하면, 딴짓이 아니다.
딴짓으로 낭비되는 시간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나에 대한 알아차림이 필요하다.
내가 왜 이 딴짓을 하는지, 딴짓을 했을 때 감정이 어땠는지 물어보면서 먼저 나의 내적 동기를 파악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봐야 한다.
매 순간 깨어있으며 알아차리지 않고는 내가 딴짓을 하는지조차도 파악하기 힘들다.
우선, 내가 정말로 원하고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다른 것들을 제처 두고라도 꼭 하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 업무 시작 전인 매일 오전 8:30까지 글을 하나 쓰려면 최소 1시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그야말로 초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일찍 와서 같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자는 직원들의 부름이 예전에는 반갑기 그지없었는데, 지금은 세상에 둘도 없는 불청객으로 느껴진다.
"아! 나 글 쓰는 시간 30분밖에 안 남았는데. 오늘, 지금, 안 쓰면 큰일 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니 커피 마시는 시간도,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깝고 자료를 검색할 시간에 한 줄이라도 더 쓰게 되더라.
확실한 목표가 생기니, 그 이외의 것들은 fade out의 느낌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 같은 우선순위 설정의 효과가 있었다.
글쓰기의 루틴을 나 스스로에게 강제 구속으로 만들어, 매일 꼭 하게끔 만든 요즘의 생활이 참 좋다.
매일 쓰는 것은 머리를 쥐어짜게 만드는 고통이기도 하지만, 한 편의 글을 쓰고 났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사실 시간 관리와 초집중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오늘도, 많은 방훼 요소들이 있어 포스팅이 늦었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한 편의 나의 기록을 남겨본다.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