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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Dec 22. 2023

사랑하는 나의 팀원 Y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쓰는 편지

사랑하는 나의 팀원 Y에게


네가 우리 팀에 온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과, 오늘이 너와 같은 팀에서 인사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어제 네가 나에게 써준 편지를 읽는데 그동안 애써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버렸어.

우선, 네가 진심을 담아 적어준  따뜻한 말들이 감동적이었고, 나에게 주기 위해 먼 길을 달려가 특별히 고른 엽서의 그림과 거기에 담긴 너의 마음이 너무 아름답다 느껴졌어.

책과 선물도 나를 생각하며 고르고 마음을 썼다는 게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



그리고 나는 다시 미안해졌어.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될까, 내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을까.


너는 정말 괜찮고 이해할 수 있다 말하지만, 나는 너와의 이별이 내가 너를 위해 더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지 못해 생긴 것 같다는 자책감으로 정말 괴로웠어.

처음부터 우리에게는 1년의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나는 당연히 그 시간이 연장되고 계속 함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게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주 많이 미안했고, 너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될지도 모르겠었는데 오히려 너는 이런 나를 웃으며 위로해 주었지.


나는 이 자리를 빌려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다시 전하고 싶어.




돌이켜보니 Y 너는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 사람이었어.


우선, 나의 MZ세대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깨게 해 주었어.

나와 띠동갑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너는 생각이 참 깊고 말과 행동이 신중하지. 

처음에는 내성적인 성향으로 너의 행동이 나오는 건가 오해할 뻔했는데, 지켜보니 너는 상대방의 입장과 숨겨진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쏟고, 더 좋은 언어를 찾아 신중하게 답변을 하는 타입이더라고.

무엇보다 상대방이 말하려고 하는 핵심과 본질을 경청을 통해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보며 나도 참 많이 배웠어.


말과 글의 힘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잘 활용하는 걸 보며, 앞으로 네가 어떤 길을 가더라도 그것이 너에게 큰 자산이 되어 무엇이든 잘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지.


두 번째는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태도와 정리하는 능력이야.

어떤 업무가 주어지더라도, 계속 깊게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남들과는 차별화된 너만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여기에 더해 너는 깊게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스스로 정리해 나가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더라고.


내가 동료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소통과 정리도 업무 능력 중 하나라는 거야.

너는 아직 스스로 잘 못 느낄 수도 있지만, 이 두 가지 업무 능력에 대해서는 Y 네가 타고난 천성과 후천적 노력 모두로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어.


마지막은 너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것.

사실 나는 회사 생활에 대해 권태감과 회의감을 종종 느껴. 이 회사를 내가 계속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고.

그리고 나는 업무를 대할 때 구름이 잔뜩 낀 면을 보고 판단하는데, 너는 그 구름이 아닌 그 위에 있는 햇살을 바라보며 일을 하더라고.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너를 보며 감탄도 했고, 그렇지 못한 나를 반성하기도 했어.

어떤 것이 주어지더라도 그 자체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태도와, 긍정적인 면을 계속 보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네가 반짝이며 빛나는 이유 중 하나야.


덕분에 나도 많이 배웠고, 같이 일하면서 진심으로 즐겁고 재미났어.




앞으로 잠깐 쉬어가며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가진다고 했던 너의 결심을 응원해.

스스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아가는 시간은 언제나 필요한 것이니까.


우리는 비록 팀장과 팀원 사이로 만났지만, 나에게 Y 너는 그 이상의 존재였고, 앞으로도 계속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사이로 남고 싶어.


사실 회사에서 유일하게 너에게만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쓴다 고백했는데, 이건 나의 사심이 담긴 정보 공개였는지도 몰라. 

설령 우리가 바빠 연락이 뜸해지고 못 보더라도, 브런치를 통해 내가 살아가고 생각하는 모습을 종종 나눌 것이고, 너도 이런 나를 보며 가끔이라도 내 생각을 해주면 기쁠 것 같네.


영원한 이별이 아닌 앞으로 언젠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다시 만날 거란 믿음을 가지며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마무리해 본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글루틴 #팀라이트


PS. 환하게 웃는 너의 사진을 넣고 싶었는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살짝 참았어ㅎㅎㅎ 오늘 이 글은 너에게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나의 마음을 담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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