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도 어렵네요
나는 요즘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상황들이, 내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반응하기 때문에 악화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대신 빠른 결과를 바라다가, 오히려 망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다리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나 나같이 성질머리가 급하고 빨리빨리를 외치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회의가 끝난 이후 팀원은 나를 무슨 부처 보듯 바라봤지만, 나는 후천적 노력에 의한 기다림을 터득하는 중이라 말해줬다. 처절한 실패의 경험을 몇 번 거치다 보니, 나아지기 위해 이렇게 된 거라고 말이다. 언제 적 기억이었을까. 상사의 별것 아닌 말에 발끈해 대들었던 적이 있다. 내뱉고 나서 돌이켜보니 후회가 되었다. 그가 말하려고 했던 것을 조금 더 잘 듣고 기다렸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중에 그가 자신의 말하려는 의도에 대해 설명하고 나서야, 내 오해를 그제야 깨달았다. 또 다른 기억은 팀원과의 1:1 대화 시간. 왜 그랬는지 몰라도 팀원의 말을 채 듣기도 전에 역정을 내고 나서, 아차 싶었다. 이러려고 대화한 게 아니었는데. 이번에도 내 성급함이 문제였다. 회사 생활을 17년 넘게 하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기다려서 나쁠 것이 없다는 점이다. 바로 반응하면 안 된다. 조금 여유를 두고 기다려야 한다.
열한 살 터울의 남동생이 어렸을 때, 나는 그에게 심하게 잔소리를 한 적이 있다. 엄마 말로는 소위 '쥐 잡듯 잡는다'의 정도였다.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냥 철없어 보였다. 평소에 떨어져 살아 몇 번 만나지 못하는 사이인데도, 만나기만 하면 한소리를 늘어놓았다. 이런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는 점점 변해갔다. 남편도 아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였다. 회사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기다림의 미학은 꼭 필요했다. 기다림 덕분에 내 성격이 조금 더 유해지고 남들에게 너그러워졌달까. 엄마는 요즘 내 성격의 변화를 '코칭'에서 찾는다. 코칭을 배우고 나서 내가 하는 조언이 엄마에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실 코칭을 하면서, 인내심이 많이 늘기는 했다.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것을 주의 깊게 들어야만 가능한 대화 모델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어서도 안되고, 빨리 답을 하라고 재촉해서도 안된다.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우선 기다려줘야 하는 것이다.
기다림도 배워야 한다. 어느 한순간에 뿅 하고 기다림을 잘하게 되는 건 절대 아니기에. 속도를 조금 늦춰 기다려보면, 새로이 열리는 세상이 있다. 그동안 내가 달려가느냐 놓친 그 세상 말이다. 지금도 그 기다림을 배워가는 중이다. 기다림이 쉽지는 않지만, 기다림으로써 만날 누군가의 진심과 나의 앞날이 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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