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사요
이직을 하려는 경력자 분들과 면접을 볼 때, 빠지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면접관들의 질문 목록에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공 경험은 무엇이고, 왜 그 경험이 본인에게 중요한지 말씀해 주세요."
"성과 달성을 위해 다른 사람들과 협업했던 경험이 있나요?"
"업무를 하는 중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했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력서에는 '2023년, 성과 105% 달성' 이렇게 한 줄로 간략히 쓰여 있는 문장을, 찐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물음을 건넨다. 화려한 학력이나 빼곡한 자격증, 성과 기록은, '있으면 좋은' 참고 자료일 뿐이.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 그리고 어떤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 지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진짜 스펙은, 결국 '경험'에서 드러난다. 단지 해봤다는 게 아니라, 해보고 어떤 것을 깨달았는지가 그 사람의 내공을 보여준다.
우리는 AI에게 물어보면, 뭐든지 알려주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AI가 나보다 더 일을 잘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이러다 곧 회사에서 잘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직장인인 나를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그건 바로 '현장 경험'이다. 수많은 동영상이나 책, 학습 자료 등을 통해 간접체험을 할 수는 있어도, 직접 해보는 건 하늘과 땅 차이이다.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디테일이 있고, 그 디테일이 결국 한 사람을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든다. AI는 경험을 짐작해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어도, 막상 진짜 경험을 하게 되면 수많은 변수들이 생기는 걸 알게 된다. 직무 현장에서 부딪히며 이런저런 경험을 해본 사람의 통찰력은, 옆부서에서 그걸 지켜본 사람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실패의 경험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경험은 단순한 실행이 아니다.
몸으로 겪고, 감정으로 기억하며, 머리로 해석한 끝에 얻는 통합적 결과다. 간단한 예시로, 회사에서 워크샵을 간다고 가정해 보자. 워크샵 기획과 준비를 직접 해본 TFT 멤버들의 경험치는, 워크샵에 그냥 따라가기만 한 직원들과 차원이 다르다. 워크샵을 가려면 왜 가야 하는지 구구절절이 써서 사장님 승인도 받아야 하고, 수많은 직원들의 의견을 소화해야 하며, 저녁 메뉴는 삼겹살을 할지 닭백숙으로 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워크샵 장소나 프로그램에 대한 혜안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킬만한 주류 선정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설령 이번 워크샵이 그야말로 폭삭 망했을지라도, 그 실패 속에서 남는 배움이 있다. 무엇이 문제였고, 다음에는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를 스스로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최고의 워크샵 장소와 프로그램을 추천해 줄 수 있지만, 우리 팀 사람들이 진짜 좋아할 만한 것들은, 내 경험 데이터가 더 정확하다.
경영자나 임원들은 경험의 힘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보다 ‘직접 해본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체득해 왔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지시한 업무에 대해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반박할 때면, 으레 이렇게 되묻는다.
"해보긴 했어? 해보고 나서 다시 얘기해 봐."
멋져 보이거나 혹은 실패할 것 같은 전략이라도, 머릿속으로만 판단하기는 힘들다. 직접 실행해 보는 과정에서, 이게 옳은 방향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게 된다. 경험은 그래서, 단순한 실행이 아니라 배우고 성장하는 통로다. 그러나 직장인인 우리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경험 자체가 고되고 힘들어 종종 피한다. 그 경험을 하는 동료들에게 멋대로 훈수를 두고,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이력서에는 없는 진짜 스펙이 경험의 힘을, 수많은 업무에 치여 잊게 되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경험은 하나의 경력이 되고, 경력은 결국 나만의 독창적인 자산이 된다.
직접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각, 지나온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통찰이 생긴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쌓일수록, 어떤 일을 처음 맞닥뜨려도 덜 흔들리고 더 빠르게 길을 찾는다. 그 경험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얼마나 큰 경험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완벽한 경험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어떤 종류의 경험이건, 경험 자체와 그 경험에서 얻는 지혜와 교훈만 있으면 된다.
결국 중요한 건, 그걸 직접 해봤느냐, 안 해봤느냐다. 그 경험에 얼마나 깊이 빠져서, 더 잘 해내기 위해 고민해 봤는가이다.
직장인의 성장은, 경험이라는 시간 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그 경험은 그 누구도 대체해줄 수 없다. 오늘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그 경험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을지 생각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