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소통에서 '말하기'가 더 먹히는 이유
"으어~~~~~아무리 읽어도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며칠 째 회사 자료를 읽고 있는데, 진도가 전혀 안 나갔다. 기존에 하던 분야가 아닌,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 관련 자료다.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얼마 전 전직장 동료가 소개해준 Notebook LM이라는 AI가 떠올랐다.
"Notebook LM 써봤어? 논문 같은 어려운 자료도, 거기에 올리면 엄청 쉽게 풀어줘. 팟캐스트 플랫폼인데, 진행자랑 게스트랑 대화하듯이 말해주더라구."
당장 내가 읽던 자료를 Notebook LM에 업로드하고, 이어폰을 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분명 글로는 몇 번을 읽어도 감이 안 왔는데, 팟캐스트 대화를 들으니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혹시 이건 내가 올린 자료가 아니라, 어디선가 쉽게 설명된 걸 갖다 쓴 게 아닐까?의심이 들어 대화를 다시 살펴봤지만, 분명 내가 올린 원문 그대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같은 내용을 단지 말로 했을 뿐인데, 이렇게 이해가 잘 된다고?
다시 곱씹어 봤다. 도대체 왜 그런걸까.
비슷한 예시가 없을까 생각하다, 학생들이 떠올랐다. 중2 딸을 봐도 그렇고, 내가 학생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과서나 참고서를 그냥 읽을 땐, 무슨 말인지 도통 감이 안 왔다. 그런데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 이해도가 훨씬 높아졌다. 글로 본 건 겨우 20% 정도만 머리에 들어왔지만, 말로 들으면 체감상 70%는 이해되는 것 같았다.
미적분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글로만 그 개념을 배운다고 생각해보자. 천재가 아닌 이상, 영어 알파벳과 숫자가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사실 미적분까지 갈 것도 없다. 가전제품 설명서만 봐도 그렇다. 나는 설명서를 읽으면 이런 생각부터 든다.
'이게 뭔 말이야. 엄청 어렵네. 그냥 모르고 살란다.'
그러나 같은 설명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본다면? 기계치인 나조차도, 어느 정도까지는 따라갈 수 있다.
결국 말이란, 복잡한 개념을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글은 다르다. 눈으로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해석해야 한다. 뇌가 풀가동을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 반면 말은, 훨씬 빠르게 들어온다. 특히나 대화를 하듯이 하는 말은, 더 편안하게 받아들여진다. 친근하고, 앞뒤 맥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은 잘 안 읽혀도, 말로 하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게다가 말에는 ‘강약조절’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있다. 중요한 부분이 자연스럽게 강조된다. 듣는 사람은 그 흐름을 따라가기만 해도,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다. 마치 누가 옆에서 손가락으로 짚어주며 “여기 봐야 돼”, “이건 그냥 참고만 해”라고 알려주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는 뉘앙스. 글로는 담지 못하는 표정, 태도, 몸짓들이, 말에는 충분히 담길 수 있다. 같은 "아"라는 말도, 말로 할 때는 감탄사가 되기도, 실망의 표현이 되기도 한다. 말 뿐 아니라 뉘앙스로 풍부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직장인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이메일을 공을 들여 열심히 써도, 1분 동안 말로 설명해준 것이 더 잘 이해가 될 때가 있지 않았나.
보고서로 분명 제출했는데, 상사는 전혀 몰랐다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지 않았던가. 회사에서는 공지 메일을 자주 보내는데, 과연 그 내용을 다 이해한 직원들은 얼마나 있을까?
비단 회사 내에서 뿐만이 아니다. 고객에게 전달한 제안서는, 종종 그들의 휴지통으로 들어간다. 문서만 봐서는, 핵심 메시지가 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설명 한 스푼을 더한다면? 아마도 제안 성공 확률이 올라갈 것이다.
게다가 직장인의 소통 중, 복잡하거나 오해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는 글보다 말이 훨씬 더 필요하다. 글로 차마 표현하지 못하는 미묘한 것들을, 말로는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인의 일상엔 이런 고민이 자주 등장한다.
'이건, 메일로 보낼까? 아니면 직접 가서 말할까? 어휴, 직접 말하면 괜히 시간만 뺏기고, 얼굴 붉힐 것 같은데. '
만약 당신도 그 질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이렇게 조언해주고 싶다.
“메일만 보내는 것이, 잘못된 행동은 아닙니다. 단지, 정말 중요한 업무라면, 상대방을 설득해 움직이게 해야 한다면, 말로도 꼭 한번 더 건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