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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Jan 12. 2024

동사형 삶을 꿈꾸며

그렇지만 회사는 명사형 목표를 원하더라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직장인 사춘기를 보낸 지난 10년 동안 이 질문을 접하며 많은 생각의 변화를 겪었다.


사회생활 초반에는 이 질문을 별로 받아본 적도, 설령 받았더라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회사 다니는 것이 재밌기만 했던 꼬꼬마 시절이 끝난 후부터는, 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결론은, 직장인의 가장 뚜렷하고 손에 잡히는 목표인 '다음 직장'.

'나 어떤 회사로 이직해야 되지?'


둘러보니 우리 회사가 가장 안 좋아 보인다. 여기만 나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 같다.

주변에서는 동종 업계 회사들을 나열하며 "여기 연봉도 많이 준대, 복지도 좋고 외국계라서 기회도 많다는데?"라며 웅성댄다.

결국 동료들은 각자 원하는 회사로 면접을 보고 이직을 했고, 나도 그들과 비슷비슷한 판단 기준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첫 이직을 하고 큰 충격을 먹었다.

'아니, 전 직장보다 더 안 좋은 회사가 있었던 거야?'


그 회사는 불행히도 바로 내가 이직한 직장.

이직 기준을 오직 '외국계 회사'에 대한 환상으로 두었던 나는 후회막심이었다.

그리고 더욱 심하게 방황하고 탈출구를 찾았다.


그 후 다시 이직, 퇴사, 업계 생활 절연 및 백수생활 그리고 재입사와 부서 이동 등 많은 일을 겪었다.

되돌아보니 나는 내 인생을 곧 일, 회사, 직장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다.




최근 들어 코칭과 글쓰기를 접하고는 더 이상 직장과 나를 둘러싼 환경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계속 찾고 있다.


만약 나에게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셀프 인터뷰를 한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저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가 원하는 것을 계속 발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음... 저기 저 멀리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는 제 모습이 보이는데요?

제 강연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울고 있는 청중들이 있어요. 마음이 너무 힘들어 삶에 좌절을 느끼고 있었지만 제 강연을 듣고 조금이라도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느꼈다고 말해주니 뭉클하네요.

저도 그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저는 계속 성장하고 있어 기쁘구요."



기존 나의 삶의 목표가 명사형의 일과 직장이었다면, 지금은 동사형의 꿈으로 바뀌고 있다.


명사형의 목표가 곧 인생의 성공이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그 목표를 이뤄보니 허무했다.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게 맞았나? 이직을 원해서 했더니 이게 뭐지? 왜 아직도 공허하지?

아무리 더 좋은 직장과 부서로 옮겨보고 일을 많이 해봐도 그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글을 쓰며 깨달았다.

내가 원했던 삶은 동사형의, 지속되는 성장을 꿈꾸는 삶이었다고.

나에게 초점이 맞춰진 삶이었다고.


실은 나는 지금 회사를 다니며 많은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

내가 원하는 삶과 회사에서 나에게 원하는 것이 동일한가라는 의문이 들어서이다.

회사는 계속 나에게 눈에 보이는 뚜렷한 'next career goal'을 명확하게 하기를 원하는데, 나는 솔직히 그 목표를 생각하기 두렵다.


아마도 지금의 내가 하는 역할보다 더 확장된 역할을 요구하거나, 더 도전적인 업무를 부여할 것이다.

회사에서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과연 나의 동사형 꿈과 매치되는 것인가 너무 고민된다.


아직 나는 나만의 답을 내리지 못한채 얼렁뚱땅 글을 마무리하고 다시 직장인 모드를 켠다.

직장인은 먼저 직장에 충실해야 밥을 벌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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