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꼭 해야 하나
'돈 보고 회사 옮기는 시대는 지났다. 직장인 이직의 최우선 요소는?' (출처 - 더퍼스트미디어)
얼마 전 내 눈길을 단숨에 사로 잡은 기사 제목이다. 과연 직장인들이 이직을 할 때 무엇을 가장 크게 볼까 궁금증이 커졌다. 답부터 제시하자면, 바로 '커리어 성장 가능성' 이라고 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43.8%가 이 항목을 꼽았고, 2위인 ‘연봉 인상률’과는 20% 이상 격차가 났다. 물론 모든 직장인을 대변하는 답은 아니겠지만, 많은 직장인이 가입한 플랫폼인 리멤버 회원 1만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하니 유의미한 결과라 생각했다.
시대의 변화가 느껴지는 응답이었다.
나 또한 고개가 끄덕여졌다. 만약 나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면, 당연히 성장 가능성이라 답했으리라. 평소에도 '성장'에 대한 욕구가 컸던 나는, 새로운 업무를 맡거나 낯선 영역에서 헤매고 있을 때 오히려 신이 났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지만, 배우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만족감을 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왜 성장에 집착하고 있는가, 혹시 성장 중독에 빠진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 말이다. 요즘 직장인들에게 성장은 승진이나 연봉만큼이나 강력한 키워드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몰아세우는 압박이 되기도 한다. 성장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불안과 긴장.
그래서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해보려 한다.
'직장인에게 성장의 의미는 무엇이고, 성장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1. 삶의 확장
직장에서의 성장은 업무 영역과 기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각종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사람 사이의 갈등을 푸는 것, 더 큰 과제에 도전하는 것 등을 포괄한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시야와 태도를 확장시킨다. 내 앞에 놓인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게 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일과 삶을 잇게 만든다. 비단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서도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2. 자존감과 성취감
성장한다는 것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가까운 것이다. 성장의 고된 단계를 밟다 보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첫 번째는 힘들다는 느낌, 두 번째는 그 감정을 뚫고 올라오는 뿌듯함.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어찌보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작고 큰 성장의 과정을 통해 우리의 자존감은 조금씩 올라가고, 성취감도 높아질 것이다.
3. 자유와 선택권
성장은 결국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 배움이 쌓이고 경험이 확장될수록, 스스로의 관점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내 길을 내가 선택할 힘이 생기는 것이다.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자유, 괴로운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자유, 마지막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택할 수 있는 자유까지. 성장은 단순히 커리어 스펙이 아닌, 내 삶을 내가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성장의 의미를 쓰다 보니, 결국 성장은 ‘남보다 빨리 앞서가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성장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도.
얼핏 보기에 직장인에게 성장은 승진이나 연봉처럼 눈에 보이는 보상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적인 성장이다. 똑같아 보이는 매일의 업무 연장선상에서도 내가 조금씩 깨닫고 배우는 것이 있다면, 그 자체가 성장이라 말할 수 있다. 성장하지 않으면 삶이 지루한 반복으로만 느껴지지만, 성장의 순간에는 그 반복이 나의 서사로 바뀐다. 나라는 인간이 성장하며 성숙해지는 과정을 겪는다는 뜻이다.
결국 직장인에게 성장은 더 나은 성과를 향해 달려가는 것 뿐만이 아니라,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힘들이 쌓여, 우리의 일과 삶 전체를 조금 더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