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빠 딸이라고 불러주세요

자매로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 부모님: 동생 '다'의 이야기

by 림다림다

어떻게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점심 밥을 먹는 도중에 나와 엄마는 우리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특정 행동이 아빠랑 너무 똑같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말을 빨리하는 버릇, 기침을 하고 내는 소리, 밥을 먹다가 도중에 폰을 보는 것, 등등. 이런 상황들이 계속 반복될 때 마다 엄마가 나한테 하는 말이 있다.


“너는 아빠 딸이야.”


내가 너무 아빠와 붕어빵이라는 뜻이다. 다른 의미론 “아빠가 혼자 낳은 수준으로 아빠만 닮은 딸”이 되겠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엄마를 더 닮지 않았어?’라고 할 때마다 엄마가 항상 하는 말이다. 이 짧고 간결한 문장은 항상 내 머리 어딘가에서 머물고 있다. 엄마가 툭 내뱉은 저 짧은 문장에, 어렸을 때의 나는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나는 엄마를 더 좋아하는데 왜 아빠를 더 닮았을까’와 같은 생각. 하지만 난 저 문장을 조금 바꾸고 싶다. “아빠 딸”보다는 엄마와 아빠를 합친 단어인 “엄빠 딸”이라고.


지금이야 “엄빠 딸”이라고 말하지만, 어렸을 때는 엄마를 맹목적으로 좋아했다. 이유는 모르겠고 평생 살아도 모르겠지만 아빠보단 엄마를 더 선호했다. 엄마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우리 집 두 살 말티푸, 콩이처럼 말이다.


어렸을 때 아빠가 언니와 나를 세워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물론 답장은 “엄마가 더 좋아”였다. 예외 없이 나와 언니 둘 다. 이걸 들은 아빠는 엄마가 우리를 때리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엄마에게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쟤네 떨고 있는 게 안 보이냐며. 물론 엄마한테 덜덜 떨 정도의 폭행은 당한 적이 없다. 떤 적도 없다. 그저 아빠는 현실을 회피한 것이다.


아빠가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나를 낳고 난 후 엄마는 몸이 약해져 온갖 몸살에 시달린 탓에 나를 돌보는 건 아빠가 되었고, 자연스레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아픈 엄마가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을 동안 나와 같이 영화를 보고, 보드게임을 하고… 하물며 혼자 샤워를 못 했던 어린 나를 씻긴 것도 아빠였다.


시간을 많이 보냈지만 어린 내가 선호하던 건 항상 엄마였다. 식당에 가서 4인용 식탁에 앉는다면 나의 옆자리는 엄마였다. 아빠가 출근하고 없는 오전에도 놀이터에 가면 나는 뛰어놀기보다는 엄마의 옆자리를 지키는 것을 선택했다. 그야말로 엄마 껌딱지였다.


어린 나는 엄마를 명백히 엄마를 더 좋아했다. 이유는 없었다. 아직도 이유는 없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도 생각해 보았다. 나랑 언니가 엄마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그저 엄마가 더 사람 마음을 끄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요즘도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하지만 그 뒤에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나는 아직도 하고 있다.


10대가 되어 친구와 놀러 다니고 엄마 아빠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 후, 나는 엄마가 좋냐는 둥, 아빠가 좋냐는 둥 하는 문제에 정확히 답변할 수 있다. 나는 엄마와 아빠가 차별 없이 좋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나는 더 이상 콩이처럼 맹목적으로 엄마와 아빠에게 사랑을 주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조금 더 독립적으로 변한 것일 뿐이다.


엄마와 아빠에게 주는 나의 사랑은, 내가 대한민국이라는 나의 조국에 바치는 사랑과 같다. 평소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중요한 시기에, 흔히 말하는 “국뽕”이 차오르는 그런 사랑. 평소에는 50%라는 수치에 머물러 있는 싫어하지도, 강렬히 사랑하지도 않은 수치지만, 엄마나 아빠, 누구든 아프게 되거나 안 좋은 상황이 생기면 쉽게 100%로 바뀔 그런 사랑인 것이다.


엄마도 내가 엄마를 별로 예전처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사춘기를 거쳐 가며 밖으로 표현하던 애정이 줄어들기도 했고, 표현이 적어지며 무뚝뚝해졌기 때문이다. 이 마지막 두 문단은 밥을 먹는 중 차마 내 입으로 내 바로 앞에 있는 엄마에게 말할 수 없었다. 엄마가 아빠와 통화를 하러 자리를 뜬 것에 감사할 뿐이다.


나는 지금 우리 가족의 거리가 딱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지만 막상 어떤 일이 생길때는 걱정해주고, 위로해주고 같이 화 내주는, 딱 그런 거리 말이다. 서로가 아주 편해서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장난 치고 친구처럼 지내는 거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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