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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 Jul 21. 2023

디지털 미니멀리스트 되려고요

끈적끈적 끈끈이에 엉킨 듯 나를 감싸고 있는 감정이 있다. 그건 바로 인정욕구.

이제야 하는 말인데 나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이리도 힘든 일인지 어릴 때는 미처 몰랐다. 그저 편하게 편하게 하다 보니 굴러 가더란 말이다. 그것이 젊은 날의 운이었을 뿐이란 사실을 모른 채 자만했다. 사회적 입지를 굳혀야 하는 지금의 나이가 되어보니 ‘아 이거 쉽지 않구나’ 싶어 시간이 날 때마다 이마를 탁 치고 고개를 뒤로 젖힌다. 나의 어리석음을 반성하는 의미로.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내가 매번 ‘욕심을 버려야지’ 하면서도 또다시 욕심을 내고야 마는 종류의 인간이란 것이다. 그러니 매일의 마음이 평안할 리가 없다. 누구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건지도 정확히 모른 채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나는 이 끝도 없는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전사가 되었다. 근육보다 지방이 많아서 문제인 전사.



뭔가 이 문제를 똑바로 인식하고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막막해할 무렵 내 유튜브에 알고리즘 추천으로 한 영상이 운명처럼 떴다. 그 영상의 타이틀은 “reducing my screen-time to 30 minutes a day’.  제목을 본 순간 자석에 이끌리듯 영상을 클릭했고, 그간 관심 없던 나의 스크린타임을 살펴보게 되었다.



평균 5시간 30분. 내가 하루에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세상에, 내가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8시간을 제외하고 16시간 동안 5시간을 넘게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니.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조금 더 깊이 고민해 보고 싶어 이것과 관련된 책을 하나 빌려봤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책이었는데 내가 화면을 끊임없이 들여다볼 수밖에 없도록 세밀하게 전략을 짜놓은 기업들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기업의 전략에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파고 들어가다 보니 나의 인정욕구도 거기에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다.

큰 마음을 먹고 거의 중독에 가까운 인스타그램 앱을 휴대폰에서 삭제했다. 솔직히 처음엔 이 남는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그러기를 며칠, 나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타인이 궁금하지도, 놓칠까 불안했던 세상의 새로운 소식이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냥 인스타그램 하나 삭제 했을 뿐인데 놀랍도록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리고 세상엔 절대로 알아야 하는 중요한 일이란 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나대로 살아간다. 그들도 그저 그들대로 살아간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자세로 살아가다 보면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흔히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데 그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다만 최대한 그 틀에서 멀리 떨어질 것. 그럴 수 있도록 나의 온 신경을 다해 집중할 것. 나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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