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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 May 29. 2023

어이구 우리 새끼 일어났어?


아침, 부스스하게 눈을 떠 앉으니 내가 일어나는 소리를 들은 상령이 다가온다.

자연스럽게 나를 안아주며 말한다.

“어이구 우리 새끼 일어났어?”

그 말과 동시에 그의 손은 나의 등을 쓰다듬고 있다.

“응”

나는 채 못 뜬 눈을 힘겹게 뜨며 어리광 섞인 목소리로 대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난다.

테이블에 앉자 그가 토마토를 다듬고 갈아 만든 토마토주스를 예쁜 잔에 담아서 건넸고, 나는 꿀떡꿀떡 마신다. 이내 커피도 가져다준다. 나는 음악을 틀고 글을 쓸 준비를 한다. 약간의 몽롱한 상태로 커피를 홀짝이며 노트에 글을 써내려 간다. 마음 가는 대로 써내려 가다 보니 오늘은  왜인지 그가 떠오른다.



상령은 유년시절을 할머니와 지냈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랑을 주는 방식이 할머니의 그것과 닮아 보인다고 언제나 느껴왔다. 그는 떠올리면 코끝이 시큰해지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다.

그는 자주 육아에 대해 말한다. 그에게 육아하는 대상이란 나와 고양이들을 뜻하는데, 내가 자고 있는 이른 새벽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다가 내가 일어남과 동시에 그의 육아가 시작된다. 잠에서 깨지 못하는 내게 물을 떠다 주고, 나의 꿈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그리고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모래도 치워주는 등 이 서른 평도 채 되지 않는 집 안에서 동분서주하며 움직인다. 그가 언제나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내가 바쁘다!”

관찰 카메라 라도 달지 않은 이상 그가 얼마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이 언제나 바쁘다고 말한다. 나는 처음엔 그가 하는 일에 관해서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혼자 뭘 저렇게까지 종종 거리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잠시 떨어져 살았던 동안 나는 알게 되었다. 그가 엄청난 살림꾼이란 사실을.

그는 살림을 하며 본인의 마음을 가꾸는 사람 같아 보인다. 말끔히 정돈된 집에서 말끔하게 나를 대한다. 그의 사랑이 이렇게 정돈된 집에서 나오는 것임을 나는 이제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잎이 무성해진 식물들에게서, 윤이 반짝반짝 나는 가스레인지에게서, 피존냄새 가득 나는 곱게 개어진 옷에서 그의 사랑을 느낀다. 그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을 것들에게서.



인생을 겸허히 받아들이려 한다.

나는 나를 한 인간으로 사랑해 주는 이를 만났으니, 그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 내 삶 그 자체일 것이다.

사랑하는 상령이 내게 다가와 말한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네 글이 더 좋으려면………“

비밀 비법을 전수해 주는 사장님이라도 된 듯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그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나를 양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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