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메 Aug 11. 2023

애국가에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고?


눈물이 심하게 많은 사람이 있다. 감정을 건드리는 포인트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순식간에 몸의 모든 에너지가 눈에 모이는 듯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마치 드래곤볼의 오공이 쏘는 에네르기파 같은 느낌이다. 딴생각을 하거나 눈을 질끈 감기도 하는 등 울지 않으려 노력해보기도 하지만 모두 다 헛수고. 한번 감명받아버린 마음은 꼭 어딘가로 표출되어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듯 그냥 사정없이 눈으로 흘러버린다.



내 이야기다. 영상, 글, 음악,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것들에게서 과도하게 감정을 쓰는 마음을 가진 탓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서 적잖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내가 어디에까지 감명을 받아버리는지 말해보자면 놀랍게도 ‘애국가’에게까지 라고 할 수 있겠다. 아니, 꼭 눈물이 하필이면 “대한 사람 대한으로”라는 1절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난다. 마치 내가 나라를 너무 사랑해서라는 듯이. 하지만 결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짚고 넘어간다. 뭐라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성악가들의 경건하면서 아름다운 목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절정으로 향해가는 힘 있는 편곡이 내 심금을 울리는 것이라 추측된다. 이유 막론 단 한 명이라도 감동받는 이가 있다면 그건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애국가의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님을 존경한다.(감동받은 사람. 그게 바로 접니다.)

그래서 말을 이어가자면 이것 때문에 난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애국가를 집에서 혼자 듣는 이는 없다. 대부분이 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을 때인데, 애국가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는 눈이 가려운 척하며 손으로 눈을 비비고,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그냥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그럴 땐 어김없이 눈물 한 방울이 처량하게 바닥으로 뚝 떨어진다. 눈물을 눈에서 기어코 내보내고 난 뒤에는 누가 봤을까 두려워 주위를 살피곤 한다. 다행히 아직까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이 눈물을 내가 싫어하냐면 그건 또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 눈물에서까지 나타나는 것이라 느낀다. 솔직함의 산물이랄까? 베베 꼬고 숨기는 구석이 없다. 애초에 나는 그렇게 타고나지를 못했다. 아주 작은 거짓말이라도 용납이 안된다. 행여나 거짓을 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속에서 부글부글 감정이 타들어 가는 정도.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솔직하더라도 절대 무례한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며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내면의 언어가 깨끗해야 더욱 솔직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타고난 성격대로 살고 싶어 수시로 내면의 언어를 정화하기 시작했더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솔직할 수 있다는 것이 자유를 안겨준 것이다. 그래서 이 고백으로 나의 눈물에도 이제 자유를 줘볼까 한다.


'눈물아, 너의 솔직함을 응원한다. 앞으로 조금만 부끄러워할 테니 마음껏 흐르렴!'




작가의 이전글 디지털 미니멀리스트 되려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